KM-53이 신중하게 고속도로를 건너고, 조용히 민가를 피해 자유롭게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즐겁다. 멀고 위험한 여정에도, 그리고 잡히면 여지없이 마취총에 맞아 다시 제자리로 옮겨지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탈주를 시도하는 그의 의지가 근사하다. 방사된 나머지 반달가슴곰을 47마리처럼 지리산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낯선 곳을…
KM-53이 신중하게 고속도로를 건너고, 조용히 민가를 피해 자유롭게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즐겁다. 멀고 위험한 여정에도, 그리고 잡히면 여지없이 마취총에 맞아 다시 제자리로 옮겨지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탈주를 시도하는 그의 의지가 근사하다. 방사된 나머지 반달가슴곰을 47마리처럼 지리산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낯선 곳을…
창(Window)과 아이콘, 화려한 그래픽 인터페이스(GUI)가 지배하던 개인용 컴퓨팅의 시대가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요즈음입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변화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한 것은 40년 전의 인터페이스, 검은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 바로 터미널(Terminal)입니다. 왜 최첨단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다시 ‘명령어 라인 인터페이스(CLI)’를…
밀려올 봄의 온기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아직은 현관을 나서지 못한 겨울에 안녕을 고할 시간도 있다.
이 영화에서 내 시선을 붙잡은 건, 주인공들이 매일 밤 진을 치던 낡은 맥주집의 간판이다. HOF를 어설프게 ‘HOPE’라 적어둔 그 촌스럽고 기이한 간판. 그 아래서 미지근해진 맥주를 두고 오가던 지루하고 뻔한 대화들. 나는 이 영화가 15년이나 걸려 도착한 이유가, 어쩌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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