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내 몸의 상태는 대부분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잇몸염증은 친구의 신묘한 신경치료 후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두통도 이 즈음 함께 사그라들었다.(아무래도 치통에서 유발된 증상이었던 것 같음) 파열된 발목 인대도 – 아주 가끔 시큰하긴 하지만 – 제대로 붙었다. 아니 붙은 것 같다.(아직 미확인 상태) 이전 글에 써놓은 근막 통증은… 아무래도 ‘그때 조금 과장했네’ 싶긴 함.
하지만 아직까지 한 달 넘게, 무려 두 달이 다 되어가도록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는 ‘결막염’. 이건 정말 미칠 지경이다. 눈이 뻑뻑하거나 아프지는 않지만, 붉은 기가 왔다 갔다 하며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우선 보기에는 계속 안 좋아 보이나 보다. 진정 악마가 된 것 아니냐는 문의를 자주 받는다. 심지어는 무섭다고까지 한다.
내가 내 눈을 볼 수 없으니 평소에는 잘 모르겠는데, 가끔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어떨 때는 실연당한 초식남처럼 아련하고, 어떨 때는 송곳으로 푹 찔려 피가 흐르기 직전 같다. 고개를 숙이면 피철철(죄송) – 은 아니지만, 숙이고 있지 않다면 정말 그럴 것처럼 보인다.
며칠 전 일하는 곳 근처 병원에서 세 번째 진료를 받았는데, 매번 똑같은 안약을 처방해 준다. 두 번째 때는 원인을 잘 모르겠으니 – 이런 말을 잘도 함 – 두 개의 안약을 한 달 동안 넣어보자고 했다. 그래서 하나는 하루 두 번, 다른 하나는 하루 네 번 정말 꼬박꼬박 넣었다. 정말 신기했던 건 약을 사용한 첫날 바로 안구가 흰색으로 돌아왔다는 거다! 어떤 사람은 화이트를 넣은 것 같다고 했다. 인류 의학의 발달이 경이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 약이 다 떨어지자 거짓말처럼 다시 내 눈은 핏빛으로 변했다.
세 번째 진료를 받을 때 의사는 다시 약을 넣어보자고 했다. 하지만 한 종류만 넣자고 한다. 다른 안약에는 스테로이드가 들어있기 때문에 계속 넣으면 위험하단다. 위험?! 어쩐지 눈꺼풀에 근육이 붙는 것처럼 무거운 느낌이 들더라니… 이런 위험한 물질을 나는 하루에 네 번 꼬박꼬박 잊지않고 넣었던 거다. 의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순간적으로 시야가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눈을 감았다 떴다 해봤더니 묘하게 시력도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아니 안 좋아진 게 분명하다!
약을 타러 갔더니 마음씨 좋아 보이는 아저씨가 ‘안약을 왜 이렇게 많이 처방하지? 의사가 하루에 네 번 넣으래도 괜찮아지면 하루에 한 번만 넣어요. 스테로이드가 들어가서 안 좋아’ 하신다. 아저씨, 이전에는 왜 그런 이야기를 안 해주신 건가요?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의사는 스테로이드가 들어있는 안약은 처방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말이다.
‘여기 이렇게 안약 두 종류가 처방되어 있는데?’
처방전을 보여주는 아저씨. 살인자, 살인마 의사다. 멩겔레의 부활은 아니겠지? 입으로는 한 가지만 처방한다고 하더니 처방전에는 스테로이드가 들어있는 안약을 살짝 올려두다니… 내가 모르게 임상실험이라도 하려 했던 건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서서히 장님이 되게 하는 안약이겠지? 의료 민영화 프로젝트 본부 혹은 지하 갱단이랑 연결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우울하게 집에 와서는 스테로이드가 들어있지 않은 안약을 꺼내어 눈에 넣었다. 그리고 십 분을 기다렸는데…
눈이 그대로임. 내 스테로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