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실연은 더 편해질 거예요

가끔 사람들의 실연 이야기를 듣게 될 때가 있다.

실연의 사정은 하늘의 별보다도 많기 때문에 조용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여주면 된다. 그것 만큼은 나이나 경험도 별로 쓸모가 없는 게, 가만히 있어도 계속 리뉴얼되어 던져지는 탑 100 차트 속의 유행가처럼 끊임없이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는 척해봤자 다 들은 이야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말린 커피콩처럼 그 앞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조곤조곤 풀릴 때까지 자기 이야기를 하고는 스스로 기운을 낸다. 그런 경우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인사를 받기도 한다. 남는 장사다.

아주 가끔은 뭔가를 이야기해달라는 듯한 표정으로 차례를 넘겨주는 사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의 증명을 위해 빈 칠판 앞에 선 학생처럼 난처해진다. 내가 더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괜찮아질 거야’ 정도뿐이다. 물론 쉽게 괜찮아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괜찮아진다.  

사랑이라는 게 벚꽃 같아서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을 때는 세상에 이것뿐이구나 하게 되고, 저무는 순간에도 눈처럼 흩날리는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다가, 정신을 차리면 내 몸에 꽃잎 하나 남지 않게 되어버리는 거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는 게, 내년에 또 올해를 잊을 만큼 화려한 벚꽃이 어김없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봄이 끝날 무렵부터 더워지는 것 같다가 비가 오고, 해가 떨어지면 다시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는 한여름 같이 햇빛이 작렬하다가 다시 하늘의 깊이가 안 보일 정도로 흐려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계절에게 담금질을 당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덕분에 날씨를 견디는 경도가 높아지고, 그 힘으로 여름을 날 수 있게 되겠지.

실연도 쌓이면 익숙해진다. 사실은 익숙한 척하게 되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이야기해줄 수도 없는 게, 다음번 실연은 조금 편해진다는 게 악담이지 조언은 아니니까.

어렵다. 어쨌든, 여름은 오늘부터 시작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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