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월간 윤종신 5월호로 발표된 8분짜리 곡으로 이정과 윤종신이 번갈아가면서 두곡의 다른 노래를 이어 부르는 구성이다. 멋들어지게 귀를 긁는 이정의 보컬과 슴슴하다가 가성으로 소름 돋게 만드는 윤종신의 보컬이 나란히 배치된 이 곡은, 수십 번 들어도 8분이나 되는 곡이라는 걸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쌈박한 구성을 보여준다.
4분도 길다고 라디오 방송용을 따로 편집하는데, 8분이라니… 이 정도면 방송은 포기했다고 보면 된다. 어쩌면 방송뿐 아니라 관객도 포기한 것일지도 모른다. 요즘처럼 귀를 그대로 쫑긋 세워둘 만한 소리가 나올 때까지 30초도 못 기다리는 인생들이 가득한 세상에서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요즘 인생이 아닌지 이곡이 처음부터 너무 좋았다. 뮤직비디오 클립의 카메라가 오래된 중고책방의 안마당에 고정되어 있는 것도, 가수들이 노래가 흐르는 동안 그 공간에서 느긋하게 머무는 것도, 어쩌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화면 귀퉁이에 앉아 블러 된 채 기타를 치는 조정치까지도…
지금도 눈을 감으면 이정이 퇴장한 이후 윤종신이 고무장갑을 끼고 들어와 노래와 입싱크를 맞추어 흥얼거리며 난의 먼지를 제거하는 모습이 아른거린다는 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곡을 놓치는 일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