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를 고발한다

내가 오늘 고발하고 싶은 로봇청소기는 바로 다이슨의 360 비즈 나브다. 

바로 이놈이다

사실 나는 거의 십 년을 넘게 사용해 왔던 로봇청소기가 있었다. 날마다 성실하게 이곳저곳을 청소하는 모습이 얼마나 믿음직스러웠던지 ‘에드워드’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도 나이가 들면서 점점 일을 제대로 처리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은 충전이 되지 않는 지경에 까지 이르고 말았다. 

그래서 새로 에드워드 2세를 들이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저 다이슨의 신형 모델이었다. 이 모델을 선택하게 된 것은 모양이 예뻐서였지만, 기능도 꽤 화려했다. 우선 이 모델의 등에는 지능형 청소를 지원하는 360도 비주얼 내비게이션 카메라가 있다. 다이슨 답게 홈페이지의 가장 큰 특징 세 가지 섹션 중 두 개를 흡입력에 할당할 정도로 놀라운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시끄럽긴 함) 게다가 고성능 프로세서를 탑재해서 매핑과 학습까지 지원한다니 이건 너무 좋잖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360도 비전 시스템을 이용해서 지능적으로 주변 환경 정보를 수집하고, 해당 데이터를 분석해 집 안의 구조와 가구를 매핑한다는 거다. 그런 작업으로 저소음 공간을 지정하거나, 러그 청소를 할 때는 브러시바 모터를 끌 수도 있고, 오르기 혹은 접근 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집 안에서 먼지가 많은 곳을 매핑해서 자동으로 흡입력을 높여줄 수도 있단다. 

어쨌든 핵심은 360도 비전 시스템으로 수집된 메타데이터로 집안의 구조를 확실하게 파악한다는 것이고, 그 기능에 흡입력을 조절하는 기능을 연결해서 위의 여러 복합적인 기능을 구현하는 것일 거다. 글을 쓰다 보니 특정 위치를 ‘저소음’ 및 ‘먼지가 많은 곳’으로 지정해 두었을 때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작동을 제대로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시도는 생각도 못해봤다는 것. 실체는 이렇다

청소를 제대로 다 마치는 꼴을 거의 본 적이 없음

진짜 한마디로 이렇게 거지 같은 로봇청소기는 처음 본다.(사용해 본 것이 두 개이긴 함) 십 년 전에 생산된 험블한 알고리즘의 로봇청소기도 온 집 안을 돌아다니며 빈 곳 없이 청소했는데, 이건 우선 청소를 하러 나오다가 몇 군데 장애물에 부딪치게 되면(예를 들면 의자 다리 같은) 그 주변을 펜타닐 중독자처럼 빙빙 돌다가 그대로 독에 들어가 버린다. (어마무시하게도 ‘청소 완료’라는 메시지가 뜸) 베란다나 현관 쪽은 금지구역으로 지정해 두었는데, 집에 들어왔을 때 그 금지구역 안에서 방전되어 멈춰있는 모습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심지어는 십 년이 넘은 에드워드보다도 훨씬 더 많다. 아무래도 조기 치매자 운동 데이터를 학습시킨 건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다. 청소가 끝난 지도를 보면 웃음만 난다. 1/4도 안되는 청소 완료구역 정보를 버젓이 업로드해두고 독에 돌아가는 건, 날 놀리는 거 아닌가? 이따위가 170만 원이라니… 사서 몇 번 사용도 안 한 다이슨 쿨 공기청정기(여기에 선풍기라고 이름 붙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할 정도인데, 바람이 초등학생 부채질보다 못함)보다도 훨씬 더 돈이 아깝다. 

부채보다 못한 선풍기

게다가 고성능 프로세스, 학습, 지능적 기능이라는 특징으로 어설프게라도 – 알고리즘형이든 딥러닝형이든 –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것처럼 움직이는데, 이게 단점이라고 하긴 뭐 하지만 묘하게 기분 나쁘다. 예를 들자면 한 구역의 청소가 끝나면 흡입기능을 멈추고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는데, 이게 사람이 하던 일을 멈추고 다음 일 준비하는 것처럼 느껴져 기분이 이상해진다. 며칠 전 일인데 청소를 하다가 흡입기능을 멈추고는 천천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거다.(내 방 청소를 하러 구역이동 수행) 그렇게 내 방 앞까지 오더니 나를 향하고서는 10초 정도 가만히 서있는다. 대체 뭘 망설이고 있는거지? 청소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 건가? 왠지 나를 쳐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네놈 등에는 360도 카메라도 달려 있잖아! 나를 찍어서 행성에 전송하는 건 아니겠지? 

이 기기는 주변이 조금 어두워지면 LED를 켜서 주변을 밝히며 일을 하는데, 그렇게 돌아다니는 것도 불편하다. 밥에 보면 무섭기도 하고, 그러다가 내쪽으로 갑자기 하이빔을 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너 똑바로 이야기 안 해?

하며 라이트를 눈 앞에 들이대는 형사같다.(경험해본 건 아님) 똑바로고 뭐고 로봇에게 할 이야기도 없다고! 아니지 도대체 네 무빙 알고리즘 코드를 쓴 놈이 누구냐고 물어보며 멱살이라도 잡고 싶다. 아니 얼마나 대단한 인공지능이 탑재되었길래 금지구역도 넘어가는거야? 네가 매트릭스의 네오냐? 그 코드를 한번 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궁금해. 개선도 하고 싶다. 아니 아무 것도 안 할 테니 제발 제대로 청소만 해줬으면 좋겠다. 테크기업들의 인공지능은 인간의 평균을 넘어서고 있는데, 이런 빌빌한 알고리즘을 탑재하고 판매할 생각을 한다는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차라리 부딛치면 90도씩 방향을 트는 알고리즘이 더 청소 달성면적이 높지 않을까? 여러분 돈 벌기가 이렇게 쉽습니다. 아니지 나만 호구처럼 걸린 것이지 많이 안 팔렸을 수도 있다. 더 억울하네. 어쨌든 이건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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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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