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유의 꽃갈피 앨범이 벌써 세 번째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과거 히트곡 리메이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아니 싫어했다. 혹시 랜덤 플레이에 걸리게 되면 이내 다음 곡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이미 머릿속에 깊이 심어진 과거의 히트곡이 누군가에 의해 다시 불려지는 것이 탐탁지 않은 것도 있다. 게다가 아이유의 목소리는 다른 이들의 곡과 오버랩되었을 때 유독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 목소리도 목소리지만 그녀가 남의 곡을 해석하는 방식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첫 번째 꽃갈피의 ‘쿵따리 샤바라’는 두 번을 못 들었다.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도 마찬가지. 두 번째 꽃갈피의 ‘비밀의 화원’을 듣고 나서는 이상은의 그 곡을 백번은 더 들었던 것 같다.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는 도입부의 랩을 듣다가 다음 곡으로 넘겼다. 이번 세 번째 앨범은 ‘Never Ending Story’를 제일 먼저 들었는데, 역시 계속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승철이 막 보고 싶어졌다. 락이 최고이며 그런 음악들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것이 아름다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꽃갈피 셋’은 다 건너뛰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는데…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어?
아름다운 그 모습을 자꾸만 보고 싶네
오옷…
그 누구나 한 번 보면 자꾸만 보고 있네
이건…!
그 누구의 애인인가 정말로 궁금하네
아이유가 해냈다. 신중현과 엽전들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사실 신중현과 엽전들을 잘 모르긴 함. 어쨌든 아이유의 ‘미인’을 오늘 하루 종일 돌려 듣고 있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