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묭

준비되셨나요?

친구는 티켓팅 전투준비 오 분 전, 내게 워닝을 준다. 아이묭이 한국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고, 어제는 그 티켓팅의 오픈일이었다.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여러 이유로 공연을 자주 찾아다니는 편은 아닌데, 그녀의 공연은 한번 가보고 싶었다. 물론 결과는 실패.(친구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녀가 왜 그런 수고를 들일만 한지 한번 이야기해 볼까?

저녁때 오사카역 앞에 가면 대부분 버스킹을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늘 걸음을 멈추고 꽤 오랫동안 그 공연 아닌 공연을 관람하는 편이다. 주변에 사람이 많이 모여봤자 스무 명 남짓이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걸어두고, 기타 혹은 MR 위에 목소리를 가장 예쁘게 얹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뭉클해지는데, 아이묭도 그런 꿈꾸는 소녀들 중 하나였다. 기타 하나를 들고 오사카 길거리에서 버스킹 하던 소녀가 고향의 고시엔 구장 그리고, 일본 부도칸에서 공연을 하는 대 스타가 되고 마는 스토리라니… 

아이묭의 음악은 일상의 단편을 드라이하게 묘사한다. 솔직한 가사와 담백한 멜로디 그리고, 더 담백한 그녀의 목소리는 그녀만의 전매특허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누구든 무장해제 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 소녀는 이내 메이저로 진출하고, 거친 인디 감성의 곡들에는 자본주의와 결탁한 사운드가 입혀진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그녀의 메시지는, 그녀가 음악을 대하는 자세는 처음 오사카역 앞에서 버스킹 할 때와 변함이 없으며, 그리고 그것이 그녀가 꾸준히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다.  


NHK의 18 FES(18 페스)라는 청소년 대상의 음악 이벤트가 있었는데, 만 18세 전후의 청소년들이 유명 뮤지션들과 함께 특별한 무대를 만들며 자신의 꿈, 고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취지가 좋죠? 코로나 기간 중 아이묭은 이 프로에 출연해 스크린 속의 청소년들과 함께 소통하고 자신의 곡인 ‘双葉(후타바)’를 함께 불렀는데, 이 무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녀의 무대 중 하나다. 

네가 어른이 되면 찾게 될 그 꿈을
언제나 옆에서 지켜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세상 모든 기쁨을 하늘에 흩뿌리고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랑을 내려서
전해주길 바라 떡잎아.

그녀도 스크린 뒤의 이름 모를 청소년들처럼,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 만으로 고군분투해 왔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들은 함께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팬데믹 기간 동안 그들이 맞닥뜨렸던 무력감, 허무, 조급함, 단절, 불확실한 미래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겠지. 스크린 가득 같은 꿈을 가진 이들과의 눈물 어린 합창은 듣는 사람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었다. 
젊다는 건 그런 거다. 아주 작은 고민이 온몸을 짓누르는 등짐이 되기도 하고, 웃는 친구의 어깨 옆이면 세상에 두려울 게 하나도 없는, 여리지만, 회복가능하고, 기회가 남아있는 시기. 게다가 아직 주름도 없다. 그들이 함께 부른 ‘후타바’는 위로이자 희망의 노래였고,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음악은 결코 단절되지 않는다는 메시지의 구체적 발현이었다. 

이번 한국 공연 역시 아이묭의 따뜻하면서도 시크한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겠지. 공연 티켓팅에 실패하셨더라도 그녀의 음악을 들으며 잠시 복잡한 세상에서 멀어져 보는 건 어떨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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