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워치

애플 워치를 꽤 오랫동안 사용했는데, 처음 발매되었을 때부터 사용해왔으니 벌써 만으로 8년이 넘었다. 가끔 주변 사람들이 ‘애플 워치는 어떤 장점이 있어요?’하고 물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시간을 보는 용도 외에는 별 다른 활용을 해본 적이 없어 늘 답을 하는데 머뭇거리게 된다. 어린 아이가 ‘아저씨, 어른이 되면 뭐가 좋아요?’하고 물어왔을 때 ‘딱히 그런 거 없는데…’라고 대답하기 애매한 것과 비슷하달까? 잔뜩 기대하는 표정에 대고 실망스러운 답을 해주고 싶지는 않으니까. 

애플 워치는 이상하게 다른 디지털 기기들과는 달리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신제품의 발매에 그다지 관심이 안 갔다. 하지만 없으면 또 뭔가 허전해서 낡거나 고장이 나면 새것을 구매하게 된다. 마치 양말이나 장갑처럼. 그런데, 얼마 전 서둘다가 떨어뜨리는 바람에 액정부가 본체와 분리되며 글라스 귀퉁이가 깨져버리고 말았다. 그런 이유로 구매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인터넷을 검색하는데, 우연히 유튜브에서 애플 워치 액정 교체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사람도 워치를 떨어뜨려 글라스가 처참하게 깨져버렸는데, 그 정도가 나보다도 심했다. 아무리 봐도 수선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사람은 액정부를 분리해내서는 깨진 글라스 밑에서 액정 스크린을 떼어내고, 새 글라스에 액체 광학 투명 접착제를 사용해 그것을 솜씨 좋게 재접착했다. 

그 십분 정도 되는 영상을 보고 나니 나도 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유난히 좋던 나였다. 가위질도 잘했고 – 물론 왼손 가위질이라 모두들 불안해했지만 – 프라모델 조립도 늘 매끈하게 해냈다. 둔하게 손가락을 놀리는 친구들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그들의 손가락 끝에 신경이 없는 건 아닐까 의심했을 정도다. 스마트폰에 액정 보호지도 얼마나 잘 붙이는지 모른다. 가끔 다른 사람들의 비뚤어지거나 먼지가 들어간 액정 보호지를 보면 눈살이 찌푸려졌다. 저런 손재주로 음식이나 제대로 입에 집어넣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얼굴 근처로 우선 음식을 붙여놓고 입 쪽으로 밀어 넣는 걸까? 아마도 생선 가시 같은 것은 발라내기 힘들어서 그냥 씹어먹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런 나니까 왠지 유튜버처럼 잘 수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영상을 보자마자 해당 클립에서 공개한 정보를 참고해 광학 투명 접착제와 글라스를 주문했다. 


그렇게 주문을 해두고는 잊고 있었는데, 어제 드디어 그것들이 집에 도착했다. 나는 문 앞에서 택배를 수거해와서는 책상을 정리하고 도구와 부품을 늘어놓았다.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추가 조명을 켜고 – 손가락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 핀셋까지 준비했다. 물경소사勿輕小事라고 호랑이가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 하는 법이니까. 

드디어 세기의 교체 작업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나는 서랍에 넣어두었던 애플 워치를 꺼내어 대충 바디에 끼워두었던 액정부를 들어내기 위해 손가락에 살짝 힘을 줬다. 

빠각~

나는 워치를 구매하기 위해 쇼핑몰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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