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25-9-27

투어스 로컬 라이딩 챌린지

스타벅스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투어스 로컬 라이딩 챌린지’라는 자전거 투어 이벤트를 개최하는데, 그것을 우연히 알게 되어 집에서 가까운 서울 청계천 자전거길 투어에 참여하게 되었다. 시청 근처 청계천에서 시작해서 뚝섬 유원지의 해상 스타벅스까지 약 14km 정도 되는 코스로, 앱을 사용해서 스스로 시작하고 스스로 스탬프를 받으면 된다. 1차 코스를 완료하면 선착순으로 챌린지 기념 키링과 사이렌 파우치를 준다고 한다. 나는 대략 120번째로 첫번째 챌린지를 완료했는데, 이런 선착순 이벤트에서 순위에 들어본 건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총 열한 개의 코스가 있고 한 개의 코스, 두 개의 코스, 다섯 개의 코스를 클리어할 때마다 선물이 준비되어 있다. 두 개 때 주는 선물은 크게 관심이 없고, 다섯 개 완주는 코스가 전국구여서 현실감이 없으니 나는 여기까지 하기로 한다.

여기서 이벤트 담당자의 퍼넬 Funnel 관리가 조금 아쉬워지는데, 두 번째 선물을 더 신경 썼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았을까? 가을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사이렌 소프트 쿨러라니… 재고처리가 필요하긴 했겠지만 말이다.

스타벅스 마일로 키체인

코스의 종착역인 강가의 스타벅스에는 안 들어가 볼 수가 없었다. 성큼 들어섬. 그런데 입구부터 프로모션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프로모션 음료를 마시면 베이비 마일로(베이프의 마스코트) 키링을 16,900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스타벅스가 베이프 BAPE와 협업을 했나 보네? 그런데, 마일로가 너무 귀여워서 프로모션 음료를 주문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난 열쇠가 없는데… 알고 보면 공짜도 아니다. 사람을 홀리는 프로모션은 반대!

그런데, 스타벅스는 위의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우유팩 업사이클링 노트’도 제공하고 있다. 물론 나도 받았다. 너무 예쁨. 돈을 주고 산 마일로 키링보다 더 마음에 든다. 두껍지 않아서 더 좋다.(두꺼운 노트는 다 쓸 때까지 너무 오래 걸려서 싫음) 그냥 노트를 구매하고 프로모션으로 키링을 받았다고 생각해야지.

자전거와 멋

챌린지를 하면서 중간 즈음인 용비교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 마셨다. 목이 무척 말랐기 때문인데, 맑은 날에 자전거를 열심히 타면 목이 마름. ‘나는 목이 안 마르던데…’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전거를 열심히 타지 않았거나, 침이 많은 사람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건 아니고…

바깥의 테이블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수많은 라이더를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는데 두서없이 나열해 보자면, 자전거에는 뭘 달지 않는 게 멋지다.(나는 포켓이 두 개 달려있고, 라이트도 달려있고, 하여간 멋없음) 그리고 배가 나온 사람들은 멋없다. 비싼 라이딩 옷을 입고, 비싼 헬멧과 선글라스를 쓰고 있지만 눈길이 가지 않음. 심지어는 안스러워 보인다. ‘그래서 배를 들어가게 하려고 자전거를 타는데 뭔 소리냐?’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화장실의 비번

한강변의 스타벅스 화장실은 매장 왼편에 있는 건물에 있는데, 들어가기 위해서는 비밀번호를 눌러야 한다. 그런데 어떤 할아버님 두 분이 화장실 입구 앞에서 뭔가 토론을 하고 계신다. 뒤에서 가만히 보니 패스워드 입력오류가 계속 나는 것 같았다.

‘요즘 정말 노인들 밖에서 뭘 못해. 키오스크다 뭐다 돈이 있어도 제대로 사 먹지도 못하게 만들어 놨어. 지금도 봐. 우리 오줌도 못 싸잖아!’

그런데 나를 보시더니 자리를 슬쩍 비켜주신다. 내가 열어주길 바라시는 거겠지. 나도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기 때문에 얼른 키패드를 두드렸다.

‘삐빅’

실패. 그 이후로도 열 번 계속 실패했다. 할아버님 중 한 분은 한심하다는 듯 날 쳐다봤고, 다른 한 분은 매장 직원을 데리러 가셨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저희라고 별 수 없다니까요’하고 싶었지만, 숫기가 없어서 결국 아무 말도 못 했다는 거.

[후기]

결국 난 원인을 찾아내고 말았다. ‘S4343*’을 입력해야 하는데, ‘S’라는 영문 입력 선행이 조금 생소하지 않음? 그래서 처음에는 무시하고 숫자만 입력함. 하지만 잘 살펴보니 숫자패드 위에 ‘S’라는 글자가 보임. 그런데 아무리 눌러도 눌리지 않았다.(터치패드는 반응이 없으면 눌린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음) 이렇게 열 번을 재시도. 그런데 옆의 여자 화장실 패드를 눌러보니 ‘S’가 눌리는 거였다. 알고 보니 활성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만 ‘S’가 눌려지는 것이었음. 결국 ‘S’로 숫자키 입력상태(LED가 들어옴)를 만들고, 나머지 숫자를 입력하는 거였다. ‘뭐 이따위 거지 같은 인터페이스가 다 있나?’ 하고 고개를 드니, 어떤 여자분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음.

‘전 들어가려고 한 게 아니라 테스트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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