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사온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일주일 내내 추운 날씨가 계속 됐다. 겨울이 추운 건 당연하겠지만, 올 겨울은 평년보다 따뜻했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추위에 약간 당황했던 것 같다. 매일 아침 ‘오늘은 괜찮겠지’ 하며 집을 나섰지만 결국 괜찮아지지 않은 채로 주말을 맞이하게 됐다는 이야기. 따뜻한 날 대신 주말이라면 크게 손해 보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주말은 날씨와는 상관없이 늘 오는 거다.
나는 에너지가 방전되면 귀소본능이 용솟음치는 타입이다. 너무 춥거나, 덥거나, 피곤하거나, 심지어는 집 밖에서 보낸 시간이 반나절만 넘어가도 집에 가고 싶어진다. 안 좋은 컨디션을 부여잡고 끝까지 견디는 타입은 절대 아니므로 내게 생각 없이 ‘컨디션이 안 좋아 보여’하면 안 됨. 나는 컨디션이 안 좋은 걸 보이기 전에 사라져 버린단 말이다.
어쨌든 방전으로 도망쳐 집 현관 도착하면 신발을 다 벗기도 전에 쓰러져 버릴 것만 같은데, 샤워를 하고 멍하니 유튜브를 보거나 컴퓨터를 쳐다보고 있으면 신기할 정도로 다시 에너지가 금방 차올라서 가끔은
‘사람들이 이동한 3차 장소가 어디였더라?’
하기도 한다. 물론 머리를 또 만져야 하는 게 싫어서 다시 나간 적은 없지만…
박찬욱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를 봤다. 개봉 시에 이런저런 이유로 관람을 못했기 때문에 넷플릭스 오픈일정을 계속 기다렸었다. 공개는 목요일이었고 금요일 저녁에 시청했는데, 미장센은 여전히 훌륭하고 연기자들의 연기도 좋았다. 하지만 전개가 조금 지루하고, 스토리 자체가 예측대로 흘러가는 면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별 세 개 정도를 주고 싶은데, 천천히 한번 더 볼 계획이라 최종평가는 조금 미루고 싶다.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분재처럼 말아 고정시킨 사체가 실제 사람인지 하는 것과 실제 사람이라면 차승원인지 아닌지 하는 것. 그러고 보니 두 개네?
이영화를 보면서 또 한 번 확실하게 느꼈는데, 손예진은 예쁜지 안 예쁜지, 몸매가 좋은지 안 좋은지 잘 모르겠다는 거. 물론 탑연예인이고 엄청난 인기를 구가謳歌하는 배우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 그래서 더 헛갈린다. 설명은 잘 못하겠는데 무슨 말인지 알지?
최근 TF Task Force나 SC Steering Committee 가 무분별하게 생기고 각 회의체 안에 모두 참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내가 운영해야 하는 것도 있으니 생각 없이 이 상황을 욕할 수도 없다. 물론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운영 혹은 참여를 하게 되면 또 최선을 다 하게 된다. 사실 나와 비슷한 부류들의 문제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 법을 잘 모른다는 것. 이게 자랑이 아니라 참 한심한 거다. 왜냐하면 최선을 다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잘 선별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정말 인생을 머저리처럼 살고 있음. 하지만 타고나길 그런 걸 어쩌나.
도서관에 가면 늘 삼십 분 이상을 들여 예닐곱 권을 골라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데, 늘 한 권도 채 못 읽은 채로 반납예정일을 맞게 된다. 이번에도 한 권 달랑 읽었는데 반납예정일을 일주일이나 넘기고 말았다. 주말이 되어 수련하는 소림사의 수도승처럼 책 일곱 권을 백팩에 담아 집을 나섰는데, 너무 무거워서 자전거가 휘청휘청 거린다. 겨우 도서관에 도착하여 반납할 책을 데스크 위에 쌓았는데
‘이 책은 고객님 책인데요?’
하신다. 어머 지난주에 구매한 책까지 들고 왔네. 내 정신.
‘요즘 대출불가구제기간이라 바로 대출불가를 풀 수 있는데 풀어드릴까요?’
국가나 지자체는 국민들에게 왜 이렇게 관대한 걸까?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죗값 이행 전에 사면을 받게 된다면, 그 무게를 제대로 인지하고 조심하겠냐는 거다. 이런 안일한 조치는 단지 대출연체만 더 늘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하며 추가로 일곱 권을 빌려 나왔습니다.
좋은 행사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