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여기저기에 문제가 생겼다. 우선 얼마 전 타이어가 터졌고, 당연히 그 안쪽의 튜브도 찢어졌다. 오른쪽 페달의 너트도 빠져버려서 발 받침대가 덜렁거린다. 잘 살펴보니 안장도 옆쪽의 가죽이 살짝 해졌다. 자전거를 열심히 탔다고 하기엔 좀 창피하니 세월의 흔적인 것으로… 물론 타이어가 터진 것은 빌어먹을 자전거락 때문이긴 했다. 자연의 섭리가 적용되는 메커니즘은 생물이던 무생물이던 공정하기 이를 데 없다. 그래서 큰 불만은 없는 편. 할렐루야…
어쨌든 자전거를 타려면 타이어를 수선해야 했기 때문에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 그런데 타이어, 페달, 안장 제품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세상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보통 완제품으로 시작하겠지. 나도 그랬으니까.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면 타이어, 페달, 안장 등의 부품을 구매하게 될 텐데, 그 빈도가 한 달에 서너 번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그건 확실하다. 나도 자전거를 구매한 지 사 년 만에 처음 타이어, 페달, 안장을 교체할 필요가 생겼으니까.
너무 걱정이 됐다. 저런 타이어, 페달, 안장 제조사들이 한 달에 몇 개나 팔 수 있을까? 직원 월급은 제대로 줄 수 있을까? 물론 그건 내가 할 걱정이 아니긴 함. 나랑은 다르게 페달 수십 개를 구매해 놓고 라이딩할 때마다 ‘오늘은 어떤 페달을 끼우고 나갈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다 나와 다르다는 전제를 내려놓으면 안 됨.
친구에게 물어보니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해 주며 몇 개의 제품 링크까지 보내줬다. 친절한 친구다.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이전에 검색했던 것 보다도 더 더 많은 제품들이 끝도 없이 검색된다. 다 좋아 보이는데 심지어 다 싸다. 이럴 수도 있나? 이게 중국의 힘이구나. 트럼프 2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중국 대미수출품 모두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난리를 치는 이유가 있었다. 친구가 보내 준 제품 링크는 쳐다보지도 않고 한 시간이 넘게 페달과 안장을 구경했다. 다 좋아 보여서 쉽게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이상형 페달 및 안장 올림픽을 거쳐 주문을 하고 나니 새벽 세시였다. 보람찬 하루의 마무리이자 시작(?).
제품 배송에는 일주일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이렇게 빠를 수 있나? 누가 뭐래도 비행기 타고 오는 무료 배송인데 이 정도면 판매점 쪽을 향해 큰 절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물론 절을 하지는 않음)
이 즈음에서 자전거를 타시는 분들께 조언을 먼저 하자면, 자전거에 문제가 생기면 그냥 자전거수리점에 가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물론 자전거수리점 내의 몇 개 안 되는 페달과 안장 안에서 골라야겠지만, 교체 작업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간단히 설명을 좀 하자면
타이어와 튜브
타이어를 갈려면 자전거 바퀴를 빼야 한다. 요즘 자전거는 휠을 제거하는 게 생각보다 간단하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브레이크 암을 잡고 한쪽 손으로 당긴 후 다른쪽 손으로 밀어준다’라고 한 줄로 설명해 준다. 근데 저게 무슨 소리야? 어쨌든 직접 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긴 한다. 한 줄 이상 쓰기도 힘들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뒷바퀴는 체인과 연결되어 있어 생각보다 더 복잡하다. ‘기어 변속을 해서 앞은 큰 것, 뒤는 가장 작은 것으로 이동시킨 후 QR 레버를 열고 드레일러 부분을 잡아 아래로 내리면 공간이 생기는데, 이때 자전거를 들어 올린다.’ 뭐래? 어쨌든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어느 순간 훅 빠진다. 그리고 공간 지각력이 부족한 사람은 다시 끼우지 못한다.(나는 끼웠음)
휠을 빼낸 후 타이어와 튜브를 갈게 되는데, 우선 도구가 없이 맨손으로는 못한다고 보면 된다. 그 도구가 있어도 힘이 꽤 들어간다는 것을 명심할 것.(참고로 나는 손가락에 피도 났다. ‘치열한 백병전 후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안도의 숨을 몰아쉬며 얼굴을 웅덩이에 비춰보니 이마가 긁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런 느낌으로, 왜 상처가 났는지 감도 못 잡겠음) 그래도 위의 모든 작업 중 뒷바퀴를 끼우는 작업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안장
안장은 미묘하게 위치를 잡으며 나사를 조이는 게 어렵다. 하지만 타이어 교체에 비하면 창해일속 滄海一粟. 이 정도면 집에서 편하게 – 동생이 있는 사람은 – 동생 시켜도 될 듯…
페달
페달은 그 메커니즘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자. 페달을 축에서 분리하기 위해서는 육각렌치로 나사를 풀어야 한다. 그런데, 우선 어느 쪽으로 돌려야 풀리는지 알 수가 없다. 페달은 비교적 튼튼하게 체결되어 있기 때문에 살짝 돌려서 열리는 방향을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강한 힘을 줘야 풀 수가 있는데, 이때 반대쪽으로 힘을 가한다면 나사선이나 축이 손상될 수도 있다. 세상의 나사는 대부분 오른나사이니 왼쪽으로 돌리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사실 양 페달은 나사선이 서로 반대라는 것.(몰랐죠?)
세상의 대부분의 나사는 오른나사다. 오른쪽으로 돌리면 잠긴다. 즉 왼쪽으로 돌리면 풀린다. 하지만, 톱날이나 그라인터 휠 등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물체는 저항으로 반시계방향의 힘을 받는다. 이런 경우에는 특수한 왼나사를 사용한다. 페달도 동일한 이유로 왼쪽 페달과 오른쪽 페달의 나사를 다른 것을 사용하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메커니즘을 하나하나 구조적으로 이해하면서 스스로 페달을 분리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함. 그래서 그림을 좀 그려봤다.
그림처럼 자전거의 앞쪽방향을 기준으로 축 안쪽에 렌치를 끼운 후 위로 들면서 자전거 뒤쪽으로 당기면 페달이 풀리게 된다. 자전거를 사고 처음 푸는 거면 아주 단단하게 체결되어 있어 ‘혹시 이건 렌치로 푸는 게 아니라 일체형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납땜이 되어 있나?’. 그렇지 않다고요! 나는 방향을 파악한 후 아예 발로 차서 풀어버렸다. 새 페달을 조일 때도 꼼꼼하게 끝까지 잘 조여야 달리다가 페달이 빠지지 않는다. 달리며 힘을 주고 있는데 페달이 빠져버리면 관성의 법칙에 의해 엄청나게 넘어져 늑골에 금이 갈 수도 있으니 조심할 것.(늑골에 금이 가면 얼굴도 갈리겠… 죄송)
어찌어찌 잘 수리를 하긴 했지만, 다음부터는 부품의 모양이고 뭐고 그냥 자전거 수리점에 가서 수리가 끝날 때까지 유튜브나 보고 있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건 그렇고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부품을 검색할 때 이것저것 옆에 같이 뜨는 것들을 보다가 저렴하길래 고양이 그림이 있는 티셔츠와 운동용 방한팬츠도 같이 주워 담았었다. 그런데, 고양이 티셔츠도 너무 귀엽고, 이 방한팬츠는 내가 사용하는 것(십오만 원 정도 주고 샀었음)보다도 훨씬 따뜻해서 놀랐다.
중국사람들은 겨울에 걱정이 없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