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주방장과 햄버거 하우스

성수동 골목은 늘 상상초월한 조우遭遇를 선사한다는 것을 아시는지? 이런 길에 설마 하는 곳마다 새로운 매장이 들어서 있다는 거.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런 숨은 그림 찾기 속 매장에 줄을 서 대기하는 사람들도 종종 만나볼 수 있다는 거다. 나는 길을 잘 못 찾는 편이기 때문에 어쩌다 들어서게 된 골목 안에서 처음 보는 매장을 만나게 되면 꽤 꼼꼼하게 살펴보는 편인데, 앞으로 다시는 못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가보려 해도 찾을 수가 없음. 


어제도 자전거를 타고 성수동을 지나다니다가 잘못 들어선 막다른 골목 끝에서 신장개업 한 햄버거 레스토랑을 만났다. 매장의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창에 붙어있는 메뉴 사진도 먹음직스러웠다. 특히 치킨버거는 사이드에 프라이팬에 구워지고 있는 닭가슴살 사진까지 첨부해서 한층 더 맛있어 보였다. 매장으로 들어가니 주방장 아저씨가 친절하게 인사를 걸어온다. 오후 한 시가 넘었지만 내가 오늘 첫 손님인 것 같다. 딱히 먹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들어간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인사를 받고 나니 주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치킨버거 세트를 시키고는 자리를 잡고 서비스테이블에서 피클, 칼, 포크를 집어온다. 조금 귀찮았지만 딱히 다른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주방장 아저씨가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올려진 플레이트를 들고 나타났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햄버거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난 후 쑥스러워하시는 주방장 아저씨. 치킨버거를 열심히 먹고 있는데 다시 쓱 나타나셔서는 커피를 서비스로 드리고 싶은데 아이스가 좋은지 뜨거운 게 좋은지 물어본다. 뜨거운 게 좋다고 했더니 금방 아메리카노를 들고 다시 나타나셨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입니다

이번에는 한층 자연스러웠다.

커피를 마시며 햄버거 하우스보다는 커피숍을 하시는 게 성공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커피는 세상에서 제일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맛있었다는 거. 이래서 자연스러우셨나? 햄버거는 노 코멘트. 그리고, 사실 나는 커피맛을 잘 모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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