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랩탑의 잃어버린 용량 되찾기 대작전(feat. 맥북)

맥북을 쓰는 사람들, 특히 개발자들은 다들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설치한 것도 별로 없는데 어느 순간 ‘디스크 공간이 거의 가득 참’이라는 경고를 보게 되는 것. 어제 나도 그랬어. 갑자기 남은 용량이 거의 0에 수렴하길래 팔을 걷어붙이고 원인을 찾아 나섰지. 사용자 문서와 다운로드 폴더, 그리고 설치한 프로그램들까지 모두 뒤지며 정리해 봤자 수 기가만 확보될 뿐이었어. 다들 경험해 봤을 거야. 나는 늘 대충 십 여기가 정도 확보되면 거기서 멈추고 해야 할 일을 계속했었지만, 이번에는 왠지 싸우고 싶었다.

Finder와 터미널을 사용해서 뒤져보니 역시 주범은 Xcode 시뮬레이터랑 모바일 에셋들이었어. 개발자라면 한 번쯤 겪는 ~/Library/Developer 아래의 그 거대한 쓰레기 더미들. 원인을 찾자마자 주저함 없이 해당 폴더의 150GB 정도 되던 시뮬레이터 파일들을 날려버렸지. 용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열망이 파일 삭제의 사이드이펙트에 대한 걱정을 눌러버렸다. 200GB 가까운 광활한 디스크가 나를 반겨줄 기대에 부풀어있었지만, 맥은 80GB 정도를 내어주었을 뿐이었어. 나머지 100GB 넘는 공간을 ‘시스템 데이터’라는 이름의 감옥에 가둬두고 내게 인질극을 벌이기 시작하는 맥북. 융통성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금감원 검사원 같은 놈이다.

너 나를 우습게 보네?

여기서부터 개발자의 자존심을 건 삽질이 시작됐다. 터미널에서 sudo 권한으로 프로세스를 강제 종료해 보고, dd 명령어로 디스크를 0바이트까지 압박하기도 했지. 공간 없으니 빨리 숨겨둔 용량을 뱉어내라고 협박을 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Error 66이니 Crypto I/O니 하는 암호 같은 에러를 뿜으면서 끝까지 내 명령을 무시하는 맥북. 안전 모드까지 들어가서 디스크 픽스업을 해도, 맥은 ‘실시간 모드라 수리 못 함’이라는 메시지를 스크린에 던질 뿐이다. 더 짜증 나는 건 인덱스가 깨져 이상하게 큰 용량이 잡혀있는 파일들의 레포팅은 한다는 거였다. 이건 분명히 놀리는 거지. 이게 다 애플의 그 오만할 정도로 철저한 파일 시스템 정책 때문이야. APFS(Apple File System)는 사용자의 편의성보다 ‘데이터의 무결성’을 수만 배는 더 중요하게 여기니까. 맥은 아니 MacOS는 대용량 파일을 지워도 혹시 모를 복구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그 공간을 ‘스냅숏’이나 ‘퍼지 가능’ 영역으로 묶어두는데, 만약 나처럼 그 장부(Metadata)가 꼬여버리면 파일은 실재하지 않는데 장부에는 여전히 점유 중으로 관리되는, 일종의 ‘논리적 공간 누수’ 상태가 되는 거지. OS 입장에서는 장부가 틀릴 리 없으니 참으라는 식의 메시지만 반복하게 되는 거야. 마치 고장 난 라디오처럼…

거지 같은 오류, 오만한 에러

결국 12시간 넘는 사투 끝에 깨달았어. 이 오만한 OS랑 커멘드를 주고받아봤자 내 시간만 아깝다는 걸. 그래서 결국 치트키 플랜을 이행하고 말았다. 중요한 코드와 데이터를 백업한 후 디스크를 통째로 날려버린 나. 재설치가 끝나고 나니 ‘안녕하세요’라는 맥의 거지 같은 초기화 인사가 나를 반긴다. 물론 반갑지 않았음. 하지만 드디어 200GB를 넘는 여유공간을 보여주는 디스크 분석 화면을 만날 수 있었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폴더 내 몇백 메가짜리 파일을 찾아 지우고 있는 개발자 분이 있다면 조언을 하나 하고 싶다. 만약 시뮬레이터 폴더까지 지웠는데 시스템 데이터 용량이 안 줄어든다면, 그건 당신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애플의 지독한 보안 정책과 더러운 인덱싱오류 때문이라고… 안전 모드나 resizeContainer 같은 트릭으로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한 번 꼬인 APFS 장부는 생각보다 훨씬 견고하게 오류해결을 블락한다는 걸 이야기해주고 싶어. 그럴 땐 시간낭비 하지 말고 그냥 싹 밀고 새로 설치시길. 그게 당신의 소중한 주말과 멘탈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애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지능적인 에러로 우리를 구속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고, 때로는 무식하게 그 틀을 부수고 나오는 용기를 발휘하시길.

내 주말… 짜증.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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