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런 거 관심 있어?’
친구가 ‘Photo Ark: 동물들을 위한 방주’라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 티켓을 내밀며 물었다. 해당 전시 관련 작업에 참여했던 아는 분께 받았지만 자신은 갈 시간이 없다고 했다. 전시 장소인 용산 전쟁기념관은 꽤 멀긴 하지만 티켓에 프린팅 된 원숭이가 귀엽기도 하고, 주말이면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고마워.’
하고 넙죽 받고 말았다. 염치도 없다.
이 전시의 작가인 조엘 사토리는 10년 동안 자신의 주변 동물들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약 7,000종의 동물을 촬영했다고 한다. 그는 이 작업을 ‘Photo Ark(동물을 위한 방주)’라 부르며 ‘지구가 마주하는 위기를 보여주고, 더 늦기 전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작업’이라고 이야기한다.
전시에는 온갖 동물들의 스튜디오 사진을 만날 수 있는데, 다들 너무 온순하고 착해 보여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 흐뭇해졌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한 구역에서 너무 예쁜 토끼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약간 졸린 듯한 선한 눈이나 웅크리고 있어 끝만 살짝 보이는 앞발이 너무 귀여웠다. 이름이 궁금해서 섹션 타이틀을 확인했는데, 무시무시하게도 ‘멸종했거나 곧 멸종할, 해당 종의 마지막 생존자들’이다. 앞으로 이 토끼를 산에서 우연히 만나게 될 일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묘한 세기말적 감상에 우울해지고 말았다.
집에 돌아와서 ‘멸종’이라는 키워드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이트에서 ‘유전공학이 멸종된 동물들을 부활시킬 수 있을까?(Can Genetic Engineering Bring Back Extinct Animals?’)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Resurrection Science’의 저자인 과학작가 Maura O’Connor와의 인터뷰 기사였는데, 꽤 재미있어서 끝까지 다 읽고 말았다.
현재 지구 상의 150만 종의 생물이 학계에 보고되어 있고, 과학자들은 이것이 지구 상의 전체 생물 종 중 단지 10~20%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미국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의하면 요즘은 공룡시대가 끝난 이후 가장 급속히 동물 멸종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라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떤 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물의 멸종을 막으려 하고, 일부 과학자들은 유전공학으로 멸종된 생물들을 부활시키려는 연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시도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1970년대에 멸종되어 가던 플로리다 재규어(Florida Panther)를 구하려고 천적인 마운틴 라이언을 멸종시켰던 사건이나, 유전공학을 통해 1914년에 멸종된 북아메리카의 나그네 비둘기(Passenger Pigeon)를 다시 지구 상에 되돌리려 했던 프로젝트는 핑크빛 결과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노력들로는 또 다른 멸종을 야기시키거나, 이미 환경이나 종 간 상관관계가 변화된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종의 복원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멸종을 막기 위한 많은 제안이 대부분 애초에 멸종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문제에 관한 연구로부터 시작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자연의 섭리(Course of Nature) 뒤에는 아주 복잡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숨어있기 때문에, 멸종의 위기를 해결하는 것을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는 것처럼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존엄을 위해 산소호흡기를 떼거나 개인의 의지가 반영된 DNR(‘Do not resuscitate’) 지시에 제세동기를 내려놓는 것처럼, 종의 종말도 그것이 온당한 자연의 흐름이라면 숙연히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귀여운 동물들이 멸종하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인류를 부정하는 에코파시즘(Ecofascism)의 발현이나 관 뚜껑을 여는 유전자적 부활 시도 이전에, 한걸음 뒤에서 진정으로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