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라는 ‘인정욕구’의 감옥에서 나를 지키는 법: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2025)

무난히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했다면 이 드라마의 ‘김 부장’은 바로 당신이다. 아직 신입사원 혹은 대리, 과장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 김 부장과 동일한 위치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천천히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김 부장이 본능적으로 쫓던 것은 ‘인정욕구’다. 그중 가장 난도가 높은 지위에 대한 인정욕구 認定欲求를 갈망하던 김 부장은 사회적 통념에 따른 수직적 신분 상승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를 위해 그는 윗사람에게 무한 복종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이용하게 된다. 이런 인정욕구의 화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매니지먼트 레벨의 정치적 카르텔은 우리나라 기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영역 간의 협업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 하에서 어떤 혁신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그들은, 또 그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내 옆의 사람을 밀어내지 않으면 올라갈 수 없는 피라미드 구조를 들이밀며 더 충성해서 윗자리를 차지하라는 비전을 이야기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도움을 주고 있기는 한 걸까?

안타깝게도 제대로 된 직무제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 전무한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능력이나 기여와 상관없이 그 자리에만 앉아있으면 저절로 호봉이 올라가고 능력이 뛰어나도 일정 시기에는 연봉이 컷다운 되면서 자리에서 밀려나는 구조로 운영되는 기업이 전체의 80%가 넘는 상황인데, 이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앞에서 이야기했던 단선적 커리어 패스 Single Career Ladder라고 봐야 한다.

실무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슈퍼 개발자’나 ‘영업의 신’도 연차가 차면 팀장이 되어야 하며, 그 사다리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은 승진 추천 권한을 거머쥐고 자신의 안위를 위한 로비에 힘쓴다. 말은 잘 듣지만, 나를 챌린지 할 수 없는 적당한 사람을 찾는다. 그런 이유로 기업의 연차가 더해갈수록 점점 더 매니지먼트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역설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현 기업들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탤런트 매니지먼트 및 객관적 역량 관리의 데이터레벨 관리가 부재한 인사 프레임웍의 미성숙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애초에 운영방식 자체를 군대에서 차용해 온 대한민국 기업의 숙명일 수밖에 없다. 과연 이 구조가 바뀔 수 있을까?

나는 인류가 태어나서부터 소멸할 때까지 행복하기 위해서는 주변과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비단 삶뿐만 아니라 특정 집단 안에서도 동일하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적인 변화와 함께, 주변사람들의 독립성을 인정하며 나이, 성별, 직위 같은 레이어에 구속되지 않고 동등한 관계에서 상호작용하려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승급이라는 건 무리의 대표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지, 그들 위에 군림하게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어쨌든 거시적인 인사 제도의 개혁은 전문가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다시 드라마 속 김 부장과 우리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김 부장은 1회부터 지속적으로 여러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그리고 이 난관의 이유를 분석하는 여러 기사나 의견들이 넘쳐나지만, 나는 이것들이 진정한 난관인지부터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내가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 얻게 된 또 다른 삶의 자세와도 관계가 있다. 

혹시 애초에 조직 안에서의, 혹은 삶의 목표 자체를 다르게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삶이라는 건 비슷한 메커니즘이 불규칙적으로 오버랩되어 있는 시간선이다. 그리고 누구도 각 상황 안에서는 그 마지막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아니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뇌의 방어 기제 때문일 수도 있고, 생물의 숙명인 죽음을 잊게 하여 일상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신의 배려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학교에 등교하지 않아도 될 때, 익숙했던 조직에서 물러나야 할 때, 오히려 더 큰 상실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현재 구조 하에서라면 내 쓸모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지막은 다가온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 쓸모를 조직에서 유리 遊離시킬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정된 조직 내에서의 ‘인정’에 머무르지 말고, 한걸음 물러서 더 큰 주변인 내 삶 안에서 나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하고 인정하는 것. 조직에만 고정했던 시선의 차안대 遮眼帶를 벗어던지고 이를 더 넓은 시간선으로 확장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인정하고 칭찬해 줄 필요가 있다. 남의 시선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고 스스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물론 어렵겠지. 하지만 나는 이 드라마를 보고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단단하게 나 자신의 가치를 빚어나가야겠다고 말이다. 어차피 내 인생을 살아내는 것은, 오롯이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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