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뉴스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전했다. 이는 국내 두 번째 노벨상 수상이며 – 너무도 당연하지만 – 문학 쪽의 첫 번째 수상이었다. 모처럼 싸늘한 공기로 가득한 이른 아침, 나는 집 근처 카페의 테라스 쪽에 앉아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꺼냈다. 이전에 읽기를 시도했다가 무거운 도입부에 세 번째 챕터를 넘기지 못하고 내려놓은 게 서너 번은 되었을 거다. 하지만 노벨문학상은 취향에 따른 선택을 숙제로 바꾸어버릴 만큼 강력했고, 꽤 오랜만에 아무런 숙제가 없는 주말 나는 스스로 이 책을 새로운 과제로 올렸다. 물론 다 읽을 자신은 없지만, 늘 모든 숙제를 해치웠던 것도 아니다.
아침에는 공기가 싸늘해서 바깥에 있으면 그 한기에 몸이 움츠려질 정도다.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집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어지는 날씨. 계절은 전원 스위치를 여름에서 겨울로 ‘딸깍’하고 내리듯 바뀔 태세지만, 나는 가을을 좀 더 곁에 두고 싶은데 어쩌나… 조금 더 따뜻하게 옷을 입어 볼까? 그러고 보면 가을 옷은 존재가치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컵의 슬리브만도 못하다.
장기하는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에서 알고리즘이 제시한 플레이리스트가 자신의 기호와 너무 맞아떨어져서 놀랐다고 했다. 심지어는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도 그 정도로 구성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맺는말 즈음에서는 역시 그 정도는 아니더라며 안도하고 있었다.(그는 일 년 정도 꾸준히 글을 쓰고 그 시간 순으로 책을 엮었다) 하지만 나의 경우를 빗대어 보면 알고리즘 큐레이팅의 퀄리티는 어느 순간 상상을 초월할만큼 좋아졌고 이후 떨어진 적이 없다. 특히 유튜브 뮤직은 듣는 내내 감탄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장기하의 ‘별거 아니라고’ 다음에 아이유의 ‘무릎’이 흘러나올 때는 ‘이거 사람이 직접 하는 거 아냐?’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는… (장기하는 아이유와 사귄 적이 있음)
아이유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그녀의 올해 월드투어의 끝 즈음인가 보다. 여름도 끝자락이었던 그때, 콘서트 문을 닫으며 불렀다는 ‘By Summer’라는 곡의 클립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비 오네.’
그녀의 기타와 함께 시작된 이 곡은 진심으로 여름에게 안녕을 고하고 있었다.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여름에게 머뭇거리지 않고 씩씩하게 인사하는 그녀.
올해 여름은 정말 지긋지긋했다. 체온을 한참 넘어선 온도의 공기가 주변에 가득했다. 내가 단지 이 여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을 때, 그녀는 이런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구나. 덕분에 올해 여름은 다른 그것들과는 다르게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을 것만 같다. 비가 꽃잎처럼 내리던 무대 안에서 기타 쪽으로 걸어가던 그녀의 뒷모습과 함께 말이다. 누구의 댓글대로 그녀의 청춘이 영원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