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 컴백
2024 MAMA 지드래곤의 공연을 봤다. 한마디로 ‘멋이라는 게 폭발한다’라고 할까? 양산형과 뉴타입의 차이를 느끼게 되는 퍼포먼스에 정말 입을 떡 벌리며 볼 수밖에 없었다. 나이 든 아이돌의 컴백은 늘 등 쪽에 추억의 그림을 준비하고는 애매할 때마다 관객에게 등을 들이미는, 과거의 저금을 꺼내 쓰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지드래곤은 오래된 아이돌의 컴백이라는 그림자를 찾아볼 수가 없다. 지원사격을 나온 태양 때문일까?(어쭈) 눈빛, 머리를 쓸어 올리는 포즈, 랩을 주고받을 때의 제스처 뭐 하나 간지 나지 않는 게 없다. 이건 정말 클리셰 같지만, 대한민국은 지드래곤 보유국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첫눈과 영하
갑자기 비가 엄청나게 내렸다. 어느 건널목 가장자리는 배수로가 막혔는지 호수처럼 물이 고여서 지나가는 사람들은 마치 의식을 치르듯 신발을 그 성수에 담뿍 담그면서 건너야 했다. 아무도 그것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는 게 감동적이었다. 누군가는 – 종교가 달랐는지 – 그 의식을 거부하기 위해 큰 폭으로 점프를 했지만 오히려 신발을 포함 무릎까지 젖을 뿐이었다. 천천히 한 줄로 걸어 들어가 찰박찰박 물에 발을 담그는 사람들의 행렬은 마치 무리 지어 집단 자살하는 레밍스를 떠올리게 했다. 나는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경건하게 옆쪽으로 돌아서 길을 건넜다. 나는 종교가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이후 엄청난 추위가 찾아와 버렸다는 이야기.
결막염結膜炎
갑작스럽게 결막염이 사라져 버렸다. 이럴 수도 있나 싶을 정도로 감쪽같이 사라졌다. 심지어 술을 마셔도 충혈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각막이 더 두꺼워 진건가?(각막의 두께와 충혈은 상관없을 수도 있음) 마지막 병원에 갔을 때 잔뜩 샀던 안약이 아직 책상 위에 그대로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건, 그렇게 두세 달 동안 낫고 싶었는데 막상 낫고 나니 살짝 그리워지는 게 있다는 거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 느낌도 나고, 살짝 빨갰을 때는 뭔가에 감동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까. 적어도 생각 없이 건강한 바보 느낌은 확실히 아니다. 말이 그렇지 물론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건 절대 아님.
이명耳鳴
결막염이 가니, 다음엔 이명이 찾아왔다. 언제부터였나 생각해 보면, 인터넷에서 사 년 만에 이명을 해결한 연구원의 감동수기를 읽은 다음부터였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말이 되나? 어쨌든 그 글을 읽고 나서 ‘혹시 나도?’ 하면서 귀를 기울였는데, 약한 고주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주변이 시끄러우면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자려고 누우면 그것이 느껴졌다. 이명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도 않았던 데다가 약간 둔하기도 해서, 이전부터 있었는데 모르고 있던 건 아닐까? 하지만 그 소리는 점점 더 명확하게 들렸고, 이제는 일상생활 중에도 가끔 느껴지는 정도에 이르렀다. 짜증 남. 하나 더하자면 나에게 이명을 선물해 준 그 거지 같은 감동수기는 약을 팔려는 광고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