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 음악을 진지하게 듣지 못하는 편이다. 진지하게 듣는 것을 나름대로의 취향 리서치를 통해 음악을 찾아 듣는 행위로 정의한다면, 그야말로 요즘은 기존 플레이리스트에 기대어 들리는 대로 듣는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뭘 듣냐고요?
Waltz #2 (XO)
옆 팀 부장님께서 점심을 먹다가 소개해줬던 곡이다. 1990년대에 활동했던 포크 록 뮤지션, Elliott Smith의 곡인데 그 시대의 음악적 성향을 그대로 담고 있으면서도 세련된 진행이 인상적이다. 쿵작작 쿵작작 신나는 비트 위에 우울한 멜로디가 짙게 얹혀있는 이율배반적 구성도 마음에 든다. 길거리를 걷다가 흘려듣는다면 ‘비틀스의 곡인가?’ 할 수도 있을 것 같음.
Do I Need a Reason
노르웨이의 모던락 밴드, D’SOUND의 달달한 팝 스타일의 곡이다. 이 곡이 흘러나오면 보컬 시모네의 청아한 목소리 덕분에 늘 두세 번씩 더 돌려 듣게 되는데, 도입부의 유리 같은 시그니처 일렉기타 소리는 마치 이곡에서 귀를 떼지 못하게 하는 주문 같다. 이들의 음악이 노르웨이를 넘어서까지 알려지게 된 앨범, Doublehearted에 수록된 곡.
Bad
wave to earth의 곡인데, 개인적으로 보컬이자 디렉터인 김다니엘의 목소리를 좋아한다. 약간 묵직하면서도 디스토션이 살짝 걸린 듯한 음색이 마음에 든다. 내겐 딱 이 정도의 그루브가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이 곡도 지나가는 것을 계속 끌어 올리며, ‘다시’, ‘다시’ 듣게 되는 곡 중 하나.
보이나요?
루시드폴의 ‘보이나요?’는 꽤 많이 알려진 곡일 거다. 남자가 부르는 가장 달달한 곡 중 하나가 아닐까? 곡 후반부의 신스로 내는 개소리(?)까지도 마음에 드는 곡. 그가 최근 발매한 Ambient album, ‘Being-with’는 요즘 잠이 안 올 때 늘 돌려 듣고 있다는 거.(그런데 잠은 여전히 잘 안 옴)
내게 사랑한다는 말 하지 말아요
전진희의 곡으로 박지윤이 불렀는데, ‘아무도 모르게’ 앨범에 수록된 이 곡만 유일하게 그녀가 부르지 않았다. 박지윤의 목소리는 가냘프지만 두께에서 오는 단호함도 있어서, 오히려 전진희가 부른 ‘내게 사랑한다는 말 하지 말아요’가 궁금해졌다. 그랬다면 조곤조곤 이야기하듯 읊조리는 그녀의 짝사랑은 한층 더 슬프게 들렸겠지.
FREAK LIKE ME
CAMO의 곡으로 대충 흘려들으면 외국곡으로 착각하고 넘어갈 소지가 충분하다. 싱잉랩, 트랩, 래칫까지 매력이 넘쳐나는 CAMO는 힙합씬에서 꽤 유명한 래퍼다. 트렌디한 사운드와 숨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래핑에 2분 40초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인데, 심지어 가사 중에 한국어도 있다. 몰랐죠? (나도 몰랐음)
Nothing
브루노 메이저의 곡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즈음과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 가을이 올 것 같아서 듣기 시작했는데, 한 달이 넘게 계속 여름이 이어지고 있는 황당한 상황. 지구여,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Sinatra
브루노 메이저의 Nothing을 들으면, 마치 화답가 같은 포레스트 놀란의 Sinatra를 이어 듣지 않을 수 없는 거다. 이건 그냥 공식이기 때문이다.
SOS
왜 이렇게 오래된 노래만 듣냐고 할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이 정도로 엄청난 신곡도 듣는단 말씀. SOS는 Cupid의 작곡가도 참여한 곡으로 이지리스닝 영역의 탑티어에 또 하나가 추가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부들부들한 훅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흥얼거리게 되는 곡.
HAPPY
개인적으로 요즘 가장 큰 고민은 ‘Day6와 QWER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을 커밍아웃해도 될까?’ 하는 것. 들을 땐 제법 신나고 좋지만, 이들의 음악을 락으로 인정하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락 리스닝에 어느 정도 부심이 있는 리스너라면…. 뭔지 알지?
오늘은 여기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