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8-26 일기

날씨

일요일은 역대급이었다. 대낮에는 도무지 바깥에 나갈 수가 없을 정도로 햇빛이 작렬했다. 서울의 최고 온도는 35도였고, 길 위에 섰을 때 체감은 그 이상이었다. 이미 처서處暑도 지난 시점에 이런 날씨라니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다. 심지어는 해가 떨어진 이후에도 공기의 온도는 그대로였고 바람조차 불지 않았다. 언제쯤 계속 걷고 싶어질 날씨가 될까?

언컷 잼스

그런 이유로 잠깐 식사를 하러 왔다갔다한 것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내 방에 있었다. 움직이기도 싫어서 새우처럼 누워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왔다 갔다 하며 시청했다. 누군가 강력 추천했지만 늘 보기를 망설였던 사프디 형제의 ‘언컷 잼스’를 큰맘 먹고 플레이시켰는데, 별 볼 일 없는 인간들의 아슬아슬하고 긴박한 일상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버리고 말았다.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줄리아 폭스의 몸매뿐이다. 왜 평가가 좋은지는 알겠음. 하지만 내 취향은 아님.

줄넘기

하루 루틴에 줄넘기를 추가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어렸을 때는 곧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해보니 자꾸 걸려서 100개를 하기 힘들었다.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한 대로 잘 안 됐다. 하지만 곧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줄의 길이가 너무 길어서 그런 거였다. 줄을 적당한 길이로 변경하고 몇 가지 자세를 본능적으로 교정하고 나니 줄넘기 선수처럼 잘 넘게 되어버린 나. 매일 400개로 시작하기로 한다.

미야베 미유키

점심시간에 회사 친구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을 보았다.(기특) 한때 꽤 좋아했던 추리소설작가로 일본에서 살던 친구가 소개한 ‘모방범’ – 내가 감히 스스로 선택해서 읽을 수 없는 두께의 책임 – 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이후 ‘화차’, ‘가모우 저택사건’ 등 꽤 많은 작품을 찾아 읽었던 기억이다. 나는 마음에 드는 작가가 많지 않은 편인데, 그런 이유로 한번 찾으면 지구 끝까지 파 들어간다. 이 작가는 게임을 꽤 좋아해서 더 좋아함. 그건 그렇고, 그 친구가 읽던 책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는 거. 계속 궁금하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 이야기 하나 더. 무라카미 하루키도 전작을 뒤져 읽던 작가 중 하나다. 다른 사람들처럼 ‘노르웨이의 숲’으로 시작했는데,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야한 묘사 때문에 끝까지 읽었었다.(농담) 음악과 결부된 시크하고 무심한 문체가 마음에 들었고, 정형적이지 않은 구조로 꽉 채워내는 작문실력(?)에 반했었다. 하루키는 에세이도 많이 썼는데, 그때는 에세이가 소설보다 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 다시 본 그의 에세이는 그때만큼 재미있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해 뜨는 나라의 공장’은 지금 봐도 참 재밌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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