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 2020에서 애플은 앱 클립 App Clips을 발표했습니다. 안드로이드에는 이미 2017년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었던 Instant Apps이라는 비슷한 기능이 존재하죠. 이 기능은 특정 앱이 폰에 설치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앱의 일부 기능을 링크나 QR코드를 통해 사용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애플이 앱을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앱스토어라는 프레임웍을 처음 소개한 것이 2007년입니다.(아직 20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앱 다운로드를 이해하고 있다는 게 참 놀랍지 않나요?) 그 이후 앱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가장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죠. 하지만, 그런 앱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고객이 스토어에 가서 앱을 다운로드해야 한다는 큰 허들이 그것입니다. 그런 상황을 이해한다면, Instant Apps이나 App Clips 같은 기능이 기획되는 것은 생각보다 자연스럽습니다.
타이틀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라 하긴 했지만, 엄격하게 이야기하면 위의 두 기능 모두 스트리밍 서비스는 아닙니다. 해당 링크를 터치하게 되면 앱의 특정 영역에 작은 용량(10메가 이하)의 앱과 데이터가 순간적으로 다운로드되면서 구동이 되는 구조거든요. 하지만, 빠른 네트워크 속도 때문에 사용자는 그런 과정을 인지하지 못하는 거죠. 구글의 Instant App 관련 개발자 문서를 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명확하게 적혀 있고,
The portions of the app and any data they store are temporarily added to the device. (앱의 일부와 작동에 필요한 특정 데이터가 기기에 일시적으로 추가(다운로드)됩니다.)
애플의 개발자 기술문서에도 – 정확히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 아래처럼 일부가 기기에 저장된다는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The app clip launches instantly and only stays on the user’s device for as long as they need it.(앱 클립은 즉시 실행되며, 사용자의 기기에 필요한 기간만큼 머물러 있게 됩니다.)
앱클립은 디바이스에 다운로드될 때 여러 단계를 우회하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보보호적 입장에서는 걱정될 일이 꽤 많겠습니다만, 비즈니스적 입장에서는 퀄리티 높은 서비스를 낮은 허들로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으니 잘 활용한다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겠죠. 하지만, 2017년에 이미 발표되었던 구글의 Instant App은 – 왜 아직도 쉽게 보기가 힘들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비즈니스에서 사용하기 위한 에코시스템을 함께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아직도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의 미리 보기 정도로만 간간히 사용해 볼 수 있는 정도니 말이죠.
반면에 애플의 App Clips은 개발자 컨퍼런스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사용 예제들을 보여주며 감을 잡게 했는데요. App Clips의 소개보다는 새로운 비즈니스 에코시스템을 소개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NFC 태그/ Visual Code/링크를 사용한 유입, App Clips를 활용한 기능 제공, 그리고 마지막으로 – 기기에 미리 저장되어있는 – Apple Pay를 활용한 결제 기능으로 연결되는 그것은 생각보다 강력해 보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말이죠.
처음 음악 서비스가 스트리밍으로 제공이 된 이후로, 네트워크 속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여러 다른 소비형 콘텐츠들도 하나둘 비슷한 방식으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영상은 넷플릭스를 위시로 이제는 수많은 비슷한 서비스들이 존재하고, 게임까지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모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죠. App Clips나 Instant Apps도 빠른 실행 속도로 인해 – 기기에 다운로드되긴 하지만 – 스트리밍 서비스와 유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스트리밍 서비스의 가장 핵심 키워드는 누가 뭐래도 접근성입니다. CD나 블루레이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음악이나 영화를 볼 수 있는 것도 접근성이 좋아진 것이고,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앱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 소비의 방식이나 구조는 조금 다르지만 – 접근성이 좋아진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고객의 주머니에서 더 돈을 쉽게 빼내기 위한 구조를 고안해 낼 겁니다. 그것도 좋긴 하지만, 제공하는 서비스 콘텐츠의 질에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