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아를 처음 본 건 TvN에서 기획했던 ‘노래의 탄생’이라는 프로에서였다. 그 방송은 두 프로듀서가 숨겨진 원곡자의 미션 멜로디를 편곡하여 당대 최고의 세션들과 콜라보하여 하나의 완성된 음악을 만들어 대결하는 내용이었는데, 프로듀서들이 늘어서 있는 세션들 사이에서 – 서브웨이에서 빵 사이에 넣을 재료를 고르듯 – 협업자를 선택하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이때 선우정아는 정규편성 때 프로듀서로 등장했었는데, 김형석, 윤상, 돈스파이크 등 쟁쟁한 프로듀서 리스트업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매번 클리셰가 전혀 없는 크리스프한 음악을 선사했는데, 모두 좋았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해당 프로의 마지막 방송 대결곡인 ‘I’ll be free’였다. 가스펠 느낌으로 편곡했던 그 곡에서 그녀는 안신애와 직접 코러스를 넣었는데, 그게 너무 멋졌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었다. 그녀가 가수인지 말이다.
그녀가 가수라는 걸 알게 된 건 아이유의 한 인터뷰 클립에서였다. 그 인터뷰에서 아이유는 스트레스받을 때 듣는 노래가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듣는 노래는… 음.. 글쎄요..?(핸드폰에서 음악을 찾아 플레이한다) 이게 뭔가 들으면 저 스스로가 정말 쿨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자주 들어요.
그 곡은 선우정아의 ‘봄처녀’였고, 그때 나는 그 곡을 플레이리스트에 그녀를 내 아티스트 리스트에 넣어두었다.
이승환의 8년 만의 신곡 ‘어쩜’은 선우정아와의 듀엣곡이다. 듀엣곡이라면 듀엣곡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멋진 코러스가 백킹 하는 곡이라 해도 또 고개를 끄덕일만한 그런 곡. 이승환이야 능구렁이지만, 그런 그의 보컬을 보이지 않게 휘감아 내리는 선우정아의 보컬은 대단하다는 말 만으로는 부족할 정도다.
곡을 걸면 피아노와 함께 바로 첫 숨도 끝나기 전에 들어오는 이승환과 선우정아의 목소리는 주변의 공기를 무겁게 내리 누른다. 가사에 신경을 안 쓰며 들어도 그 분위기 만으로 가슴 아파지는 곡. 이런 곡은 가슴 안에 꼭꼭 숨겨뒀다가 모두가 잠든 밤에 몰래 꺼내 혼자만 듣고 싶어진다.
두 목소리지만 마치 한 심장에서 한 호흡으로 나오는 듯한 노래, 이승환과 선우정아의 ‘어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