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에서 조금 재미있는 이야기를 봤는데, 라면이 미국의 교도소에서는 암시장 화폐로 통하고 있다는 기사였다. 내가 알기로는 교도소에서는 오래전부터 담배가 화폐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 물론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은 아님 – 그것이 라면으로 바뀌고 있다니! 사회라면 현금에서 카드로, 혹은 카드에서 페이앱으로의 변화에 비견할만하다.
영화의 교도소 신을 보면 악당들은 죄수를 괴롭힐 때도, 패거리들끼리 노닥거릴 때도, 혼자 썩은 표정으로 같잖은 고민을 할 때도 늘 담배를 물고 있다. 모르는 사람은 교도소에서도 옛날 군대처럼 매월 담배가 기본 제공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할 정도인데, 그게 사실은 지폐를 피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
김성모 씨의 ‘사강 흉악범’이라는 만화를 보면 교도소에 담배를 반입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장면이 있는데, 보통 휴가, 만기출소, 가석방되는 사람들을 매수하여 활용한다고 한다. 부탁을 받은 사람은 담배를 산 후 방앗간으로 가서 방앗간 기계에 담배 가치들을 집어넣는다. 그러면, 담배 한 개비 한 개비가 칼날처럼 납작하게 눌려 나오는데, 이를 교도소에 무상 보급되는 각종 단체의 무가지에 스카치테이프로 붙여 – 워낙 두께가 얇아 티가 나지 않는다고 함 – 교도소로 들인다고 한다. 일반적인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림과 함께 보면 꽤 그럴듯해 보인다.
어쨌든 일단 화폐라면 휴대가 간편해야 할 텐데, 라면은 그것과는 꽤 거리가 있다. 게다가 라면은 언뜻 생각해도 반입이 어려울 것 같다. 담배라면 위의 방법 말고도 엉덩이 골이나 귓구멍에 넣어 반입한다던지 여러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라면은 부피가 크니까. 물론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겠지만, 사람 일이란 건 알 수 없다.
기사의 정보를 제공한 마이클 깁슨-라이트(애리조나 대학의 사회학 박사과정의 연구자)의 말에 의하면, 최근 교도소는 음식의 질과 양 때문에 아주 불만이 많은 상태여서, 맛있고 열량이 높은 라면에 많이 의존한다고 한다. 라면이 인기 있는 이유는 알겠는데, 대체 교도소 안에서 어떻게 끓여먹는 걸까? 기사에서는 구스타보 구스 알바레즈라는 ‘Prison Ramen: Recipes and Stories from Behind Bars’라는 책의 작가(이며 과거 수감 경력자)의 설명을 통해 끓는 물 없이 라면을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수돗가에 앉아서 한 시간 가량 따뜻한 물로 라면 봉지를 데웁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봉지를 뜯어서 수프를 꺼내고 따뜻한 물을 집어넣으면 면이 부드러워지죠. 정말 먹을만하다고요.
설명을 읽으면서, 왜 그 따뜻한 물을 처음부터 봉지 안에 넣지 않는지 궁금해 죽을 지경이 되어버렸다. 면이 부드러워진 것은 따뜻한 물을 집어넣었기 때문일 텐데, 왜 그전에 한 시간이나 봉지를 데우고 있었던 걸까? 하긴 교도소 안이라면 남는 게 시간일 테니 뭘 하든 시간이 아깝지는 않겠지. 오히려 퇴소에 한 시간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라면을 더 즐겁게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구스타보 씨는 한술 더 떠서 ‘라면-위치’라는 자기만의 요리법도 소개하고 있는데, 빵 위에 마요네즈를 바른 후 치즈를 얹고 그 위에 라면을 얹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빵을 덮고 냠냠. 생각만 해도 식욕이 뚝 떨어질 것 같은데, 역시 서양 사람들은 비위가 대단한 것 같다.
이 기사의 참조 사진에서 마루찬 라면이라는 미국 라면을 볼 수 있었는데, 이왕이면 ‘신라면’ 같은 한국 라면들을 수감자들에게 맛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라면은 우리나라 라면이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