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어울리는 해피송

어제오늘 날씨가 참 좋다. 

이제 낮은 대부분 영상이어서 그런지 산들바람이 불면 언제 겨울이었나 싶을 정도다. 사람들은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며 코트를 벗지 못하지만, 반팔티에 아우터만 입고 나가도 딱히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바야흐로 봄이다.

전부터 이런 날씨면 꺼내어 듣는 곡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T-Square의 ‘Sunnyside Cruise’ 다. 날씨가 좋은 날 이 곡을 들으며 걸으면, 구름 위를 걷는 것 같고, 인생은 행복할 것만 같고, 사람들은 날 때부터 선한 것만 같다.

보통 음악을 떠올리면 인상에 남는 프레이즈를 연주한 악기가 생각나는데, 이 곡만큼은 그렇지 않다. ‘Sunnyside Cruise’는 키보드, 색소폰, 기타, 베이스 모두가 정확히 1/4 씩 앞으로 나서는 우정 연주의 표본으로, 어느 악기 하나가 나서면 나머지 악기들은 바로 뒤로 물러선다. 심지어는 리더인 안도 마사히로도 흰머리를 휘날리며 뒤에서 성실하게 백킹을 한다. 그는 T-Square의 리더로 일본에서는 거의 기타 장인으로 인정받는 뮤지션인데, 레이싱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그란투리스모’의 테마 음악인 ‘Moon over the castle’도 그의 작품이다. 레이싱 게임을 할 때면 늘 트랙을 돌다가 잠들어 버리는 나조차도, 코너에서 타이어가 터져나갈 듯한 드리프트 인트로 영상에 오버랩되던 그 음악에 가슴이 터질 뻔했다는 것을 고백한다. 이 곡의 인기가 너무 좋아서 나중에 밴드용으로 편곡해 ‘Knight’s Song’이라는 타이틀로 다시 릴리즈하기도 했다.


모든 해피송들은 공중을 걷는 듯한 기분을 만들어주는 그 곡만의 시크릿 인그리디언트가 있다. DEPAPEPE의 ‘Summer Parade’에 퍼스트 기타 두대의 난타 도끼질 스트로크 주법이 있다면, ‘Sunnyside Cruise’에는 쉬지 않고 멜로디를 짚으며 달리는 베이스가 있다.

박자는 드럼이 리드하겠지만 곡의 분위기는 보통 베이스가 잡아준다고 보면 되는데, 이 곡에서 베이스는 절대 쉬지 않는다. 굳은살이 없는 초보 베이스 연주자들은 이 곡을 연주하고 나면 엄지손가락이 다 터져나갈지도 모른다. 초보라면 역시 연주도 힘들겠지만… 이들의 35주년 콘서트 실황을 보면 이 곡에 무려 베이스 세 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중간 애드리브 부분에서 서로 배려하며 리듬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흐뭇해진다. 애드리브를 마친 후 타나카 신고(베이스 주자 중 한 명)가 베이스 기타에서 손을 떼고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분명히 손가락이 아파서였을 것이다.

어쨌든! ‘날씨가 좋긴 한데…’ 하며 집 안에서 창 밖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음악과 함께 살짝 산책을 나가 보는 건 어떨까? 올봄 첫나들이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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