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노브 힐 Nob Hill에는 미국 전역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을 파는 멘소 Mensho라는 식당이 있다. 멘소는 일본의 유명한 라면집으로, 2016년 SF에 미국 내 첫 매장을 오픈하자마자 미슐렝 가이드에 소개되며 크게 인기를 얻었다. 나는 식당이 생길 때 즈음 그 근처에 살고 있었는데, 친구와 함께 방문했다가 꼬박 한 시간 반 동안 줄을 섰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내 앞에 서있던 부부는 이곳의 라면을 먹으러 캐나다에서 왔다고 했는데, 끊임없이 맛집을 교환하자고 말을 걸어와서 아주 난처했었다. 물론 그 부부는 (내게) 정보를 하나도 얻지 못하고 주기만 했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이 근처에는 미국에서 제일 맛있는 크로와상을 파는 제과점도 있는데…
그때 살짝 적어두었던 ‘Arsicault Bakery’의 크로와상은 내가 평생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었다는 거.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꽤 괜찮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건 역시 미국만의 장점이다. 물론 멘소의 라면도 한 시간 반의 기다림이 아깝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다.
개인적으로 일본 라면은 면이 굵고 국물이 기름져 부담스러워하는 편인데, 이곳의 라면은 조금 다르다. 다른 일본 라면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역시 토리가라 (鶏がら: 닭뼈로 우려낸 국물)에 견과류를 갈아 넣은 독특한 국물인데, 맛을 잘 모르는 나도 계속 감탄하면서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계속 들이마셨다. 게다가 비건(vegan: 엄격한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메뉴도 준비되어 있으니 채식주의자 친구와도 맘 편하게 갈 수 있다. 물론 그 국물도 감탄스러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슐렝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덧붙여 보자면, 이 가이드는 타이어 제조회사인 미쉐린에서 일 년에 한 번 발간하는 식당 및 여행 관련 책자로 1900년에 처음 발간되어 벌써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타이어나 주유소 정보 등을 주로 다루었고 식당 정보들은 여행지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간단히 다루었지만, 해당 섹션이 생각보다 인기를 얻자 점점 그 비중이 커지게 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 우연히 뉴요커 사이트에서 미슐렝 운영방식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포스트를 본 적이 있는데, 이 기사에 따르면 공정한 평가를 위한 익명성 보장을 위해 경영자들 조차 검시관을 대면할 수 없다고 한다. 검시관은 기자나 언론과의 인터뷰도 할 수 없고, 심지어는 가족에게도 자신의 신분을 알릴 수 없다고 하니 관리가 꽤나 엄격하다고 할 수 있다. 별점은 엄격하게 부여되기 대문에 미슐랭 3 Stars 식당은 프랑스에도 30개 미만인데, 별점이 떨어져 자살하는 셰프도 있다니 좀 씁쓸하다. 어쨌든 미슐렝은 미쉐린의 프랑스식 발음이고 미슐렝 가이드는 미쉐린 타이어에서 발간하지만, 국내에는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생각보다 꽤 있다.
라면집 멘소는 ‘텐더로인’의 가장자리인 ‘노브힐’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지역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오클랜드만큼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있다.(오클랜드에서는 어떤 사이코가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산탄총을 탕탕 쏘아댔던 적도 있다고 함) Trulia 사이트의 지역 범죄 발생 정보를 보면 텐더로인에서 작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체포 사건이 1700건이나 된다. 샌프란시스코에 살 때 멋도 모르고 그곳의 카페에서 한두 시간 동안 빈둥거리다가 나온 적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너무 겁나는 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아무도 멘소에 가고 싶지 않을 것 같지만, 텐더로인의 가장자리이기도 하고, 늘 한 20미터 이상 대기 줄이 늘어서 있기 때문에 혼자 위험에 노출될 확률은 거의 없을 테니 혹시 샌프란시스코에 들르게 되시는 분들은 꼭 한번 방문해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