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최근 자전거를 엄청나게 많이 탔었다. 평일에도 별 약속이 없으면 저녁마다 무조건 탔으니까.(나는 약속이 거의 없음) 분명히 주말마다 한강에서 잠수복 같은 것을 입고 달려대는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보다도 훨씬 더 많이 탔을 거다. 누군가는 ‘트라이애슬론에라도 나가려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그럴리가)
하지만 얼마 전부터 약간 바빠지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타지 않게 되었는데, 막상 몇 주 거르고 나니 자전거 없는 삶도 나름 괜찮았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즈음 땀범벅이 되어 바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질 일도 없고, 강변을 달리다가 갑자기 날벌레들이 눈으로 날아 들어와 난처해지는 경우도 없다. 역동적이진 않지만, 나름 조용하고 편안한 생활. 그래 이런 삶도 있었지. 마치 동양화로 그려지고 있는 듯한 그런 삶.

날벌레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속도를 올려 자전거를 타고 있을 때 갑자기 눈으로 날벌레가 날아들면 엄청나게 긴장하게 된다. 시야 확보가 안 되면 바로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경우 눈을 미친 듯이 깜빡여서 눈꺼풀로 날벌레를 눌러 죽인다.

이기적인 판단,
냉정한 실행

수명이 일주일도 안 되는 날벌레들은 힘들게 세상에 나와 날갯짓을 할 수 있게 되자마자 거대 동물의 눈꺼풀에 압사당하고 만다. 처참하다. 살생이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내가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나무아미타불.

Hey, Max… A guy gets on the MTA here in L.A. and dies. Think anybody will notice?
이봐 맥스…. L.A. 에서 어떤 사내가 지하철에 올라 숨을 거둔다고 누가 신경이나 쓸 것 같아?

‘콜레트럴’이라는 영화에서 킬러 빈센트(톰 크루즈 분)가 어이없게도 택시 운전사 맥스가 쏜 총에 맞은 후 지하철 좌석에 앉아 죽어가며 했던 말인데, 살인자가 죽고 정의가 실현되는 장면임에도 상당히 쓸쓸했던 기억이다. 그래도 그는 몇 마디라도 남겼지만, 날벌레들은 저런 말을 할 시간도 없다. 날벌레가 말을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날벌레 이야기보다는 어제 자전거를 끌고 나선 지 삼십 분도 안 되어 엄청나게 나자빠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역시 인생은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어쨌든,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사고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자면, 상처는 흉측하지만 살아남았다는 거. 사람들은 이만해서 다행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넘기기엔 너무너무 아프다.


액션 영화에서 자동차가 뒤집어졌는데도 문을 발로 차고 뛰어나와 다시 범인을 쫓아가는 장면은 정말 말도 안 된다니까요. 혹시 자전거 타시는 분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천천히 안전하게 타시길 바랍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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