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플레이에 새 드라마가 업로드되었다고 했다. 오랜만에 로그인해보니 타이틀에 큼지막한 수지의 얼굴이 걸려있다. ‘안나’라는 드라마였다. 매주 금요일 업로드된다는데 지금까지 두 편이 올라와 있었다. 두 편쯤은 단숨에 볼 수 있다. 이런 신분 차용 사기극 류의 드라마는 보는 내내 심장이 두근거려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긴 하다. 주인공이 예쁘면 더 그렇다. 결국은 탄로가 나서 예쁜 주인공이 곤경에 처하는 걸 보게 될 테니 말이다. 이 드라마는 파격적인 들통은 없을 수도 있지만, 벌써 두 개의 에피소드에서 잔잔하게 두 번이나 들통이 나버렸다.
그렇게 업로드되어있던 두 편의 에피소드를 순식간에 끝내버리고, 다른 추천 콘텐츠들을 구경했다. ‘대체 왜 추천이 된 거지?’ 할 정도로 관계가 희미한 것들 뿐이다. 별로 관심이 안 가는 추천 드라마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가 우연히 ‘리뷰’라는 섹션을 보게 되었다. 그곳에 있는 대부분의 리뷰는 관대하고, 심심했다. 혹시 재미있는 건 없을까 하고 스크롤을 내렸다. 두 바닥 정도 지났을까? ‘스포일러’라는 경고와 함께 흐릿하게 가려져 있는 리뷰를 만났다. ‘왜 오수재인가’의 리뷰였는데, 아직 감상 전인 드라마였다. 경고를 보니 너무 읽고 싶어 졌는데,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스포일러를 읽고 나면 재미가 반감될 테니 말이다. 엄청나게 중요한 반전의 스포일러라면? 어쩌면 ‘절름발이가 범인이다’라는 희대의 스포일러를 능가할 수도 있다. 그런 건 아무도 모른다. 결국 재미있는 드라마를 아예 포기하게 될 수도 있겠지. 그 스포일러의 내용이 드라마의 전부일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과연 내가 이 드라마를 볼까? 나는 나 자신에게 조용히 질문했지만, 좀처럼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서현진. 나는 그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눈매가 너무 날카로워. 하지만, ‘또! 오해영’은 볼 만했었지. 그렇지만 ‘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 나 심심하다 진짜..’이 대사를 할 때는 좀 오글거렸던 건 사실이었어. 심심하면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라도 좀 만들어두지… 그건 그렇고, 드라마를 주연배우만으로 평가하는 건 너무 편협해. 이 드라마에 대한 전반적인 리뷰라도 좀 봐야겠어.
하지만, 리뷰는 이미 보고 있었다. 저 가려져 있는 리뷰에 내가 이 드라마를 봐야 할지, 아니면 건너뛰어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들어있을 수도 있다. 나는 과감하게 흐릿하게 가려져 있는 리뷰를 클릭했다.
너무 재밌어요… 서현진도 연기 대박
저게 스포일러라면 내가 위에 ‘안나’에 대해 쓴 글은 거의 죽을죄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