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설 때, 오늘을 위해 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진한 커피 정도면 충분했고, 그건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한 블록 건널 때마다 보이는 커피숍에 들어가 오천 원 남짓을 지불하면 언제든지 슬리브를 끼워 잡아야 할 만큼 뜨거운 커피를 손에 쥘 수 있었으니까. 물론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따뜻한 커피를 들고 걷다 보면 ‘이 정도면 괜찮은 걸?’ 하는 생각이 늘 절로 들었다.
하지만, 얼마 전 부터 커피 만으로는 조금 부족했다. 아무래도 이제는 ‘뭐든 와보라지’ 하며 철없이 살 나이는 아니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대단한 것을 바라는 건 아니기 때문에 커피를 주문할 때 – 만년필을 사면서 잉크를 얹어 구매하는 것처럼 – 함께 세트로 주문하고 싶어진다.
운이 조금 필요한 날인데 액막이용 부적 슬리브 가능할까요?
하루 정도라면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음.
잠이 덜 깨서 기합氣合도 함께 주문할게요.
정신 바짝 차리는 데는 기합이 최고지.
커피 받을 때 ‘사랑해요’라는 멘트 추가요.
실연 극복을 위한 가슴 아픈 주문.
오늘 대판 싸울 일이 있는데, 날카로운 언변言辯 추가 가능할까요?
인중에 펀치를 날리는 기술이라면 몰라도 그건 좀…
어쨌든, 이제 커피만으로는 안 되겠어서 오늘 아침은 마카롱 하나를 더 추가했다. 물론 딱히 효과는 없었지만… 다른 건 몰라도 액막이용 부적 슬리브는 사업 아이템으로 조금 괜찮지 않나요? 아님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