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엣 원스

요즘 일이 신경 쓰여서 주중이 늘 근심 걱정이 가득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런지 정신없이 한 주를 보내고 맞이하게 된 금요일 저녁이 왠지 실감이 안 났다. 마치 어제가 토요일이었는데, 내일도 토요일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토요일

아침을 먹고, 지난주에 첫 타임으로 예약해둔 머리손질을 하러 갔다. 기다리는 동안 영화관 앱을 뒤적거리는데 보고 싶은 영화가 하나도 없다. 그래 이랬지. 그래서 지난 오 개월 동안 영화를 보지 않았던 거였어. 예매 순위를 보니 ‘와칸다 포에버’가 1위다. 

‘대체 와칸다가 뭐야? 지역이야? 사람이야? 사는 것도 정신없는데 저런 아프리카 원주민 의성어 같은 단어까지 뭔지 찾아보면서 영화를 보고 싶겠냐고 내가…’

그러다가 발견한 예쁜 포스터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나는 다른 어떤 정보 확인도 없이 – 관대한 선생님 과목의 밀린 숙제를 하듯 – 그 알록달록한 포스터의 영화를 예매했다. 나는 꽤 성실했기 때문에, 가끔 밀린 적은 있어도 숙제를 하지 않은 적은 없었으니까.


핫한 소재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웃음과 함께 전하려 하는 것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하겠다는 의지는 끝도 없이 교차 편집되어 이어지는 영상에 그대로 담겨있었다. 이 정도 속도감에도 연기 잘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배우들이 노력한 것도 충분히 알겠다. 

하지만, 나는 별로였다

테일러링 없이 차용한 멀티버스도 지겨웠다. 계속 대철학자처럼 삶의 자세,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조언을 하는 것도 싫었다. 삶의 좋은 면을 보자는 내용을 담아 들이미는 접시를 손으로 밀쳐버리고 싶었다. 그래 봤자 채권시장은 무너졌는데 말이다.(너무 개인적인 짜증인 것은 인정)

영화가 끝나자마자 집에 와서 두 시간을 내리 자버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피곤해서 그랬나 보다.(사실 영화를 보면서도 몇 번 졸았음) 피곤한 상태에서 유튜브를 보다가 이동진의 이 영화 평론을 만나보게 되었는데, 영화를 보기 전에 이걸 안 본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더 실망했을 테니까. ‘놉’도 그랬었지. 평론가들은 종합 선물세트류의 영화에 사족을 못쓴다. 

개인적으로는 별로였지만, 머리가 복잡한 상태가 아닌 사람이라면 의견이 궁금해서 살짝 추천해보고 싶기도 하다. 어렸을 때 봤으면 재밌었을까? … 아무래도 아닐 듯.

덧: O.S.T는 좋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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