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리 맥과이어’는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1997년작으로 스포츠 에이전시 매니저인 제리 맥과이어의 성공스토리를 담고 있어요. 운동선수를 돈을 벌기 위한 도구처럼 다루게 되는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끼던 제리 맥과이어는, 어느 날 밤 운동선수들에게 진실한 관심을 기울이고 친구처럼 대하자는 제안서 mission statement를 작성해 회사에 공유합니다. 하지만, 그 제안의 결과는 해고였고, 그를 따라나선 회사 동료 미혼녀, 도로시 보이드와 함께 새로운 에이전시 – 라고 해봤자 2인 기업 – 를 설립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유튜브에서 톰 크루즈 필모그래피를 다룬 클립을 보다가 알게 되었어요. 이 작품을 아직 보지 못했다는 것을 말이죠. 왜 저는 이 작품을 왜 법정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어쨌든, 그런 이유로 보게 된 이 영화는 생각보다 평범한 내용의 휴먼 드라마였어요. 엄청나게 재미있는 영화라기보다는, 엄청나게 잘생긴 영화라고나 할까?
이 영화의 여주인공은 르네 젤위거인데, 저는 – 이건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 그녀가 늘 좀 나이 들어 보인다는 생각을 했었어요.(너무 솔직한가) 물론 외국 배우들이 좀 나이 들어 보이는 건 있습니다만. 영화의 중반부 즈음에서 그녀가 언니에게
Look at me. I’m the oldest 26-year-old in the world
날 봐. 세상에서 제일 늙어 보이는 26살짜리 여자일 거야
하고 푸념하는 장면에서는 왠지 그녀가 좀 더 연기에 몰입한 것 같기도 하고.(영화를 찍을 때 그녀는 28세이긴 했음)
대사 이야기를 한 김에 조금 더 얹어볼까요? 이 영화에서는 꽤 유명한 대사가 많았거든요. 시즌 9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는 국내 음악 방송 타이틀이기도 한 ‘Show me the money’는 제리의 단 하나의 고객이었던 미식축구 선수, 로드 티드웰이 높은 계약금으로 계약하고 싶다고 떠들 때 등장했던 대사죠.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제리가 도로시에게 했던 ‘You complete me 당신은 나를 완성시켜’는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대부분 많이 알고 있을거에요. 물론 이 영화에서 나왔던 대사라는 것은 몰랐겠지만… 그 대사 이후 계속 주절주절 변명하는 제리에게 그만 말하라고 하던 도로시의 ‘You had me at hello’도 더해 볼까요?
네가 문을 들어서면서 ‘Hello’라고 인사했을 때 난 이미 무장해제…
해석이 좀 유치했나?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면, 그 장면에서 제리가 장황하게 상황을 설명할 때 말없이 그를 바라보기만 하던 그녀의 표정 연기가 참 좋았어요. ‘좋긴 한데, 대체 이 사람 왜 이래?’하는 묘한 표정이었는데, 그때 저는 처음으로 소녀 같은 그녀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게 그 표정 연기 때문인지, 아니면 제리와 허그를 할 때 살짝 보였던 그녀의 가는 허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톰 크루즈나 르네 젤위거의 팬인데 아직 이 영화를 못 보신 당신이라면, 집콕 플랜 중 하나로 조용히 추천드려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