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커지는 이유

오랜만에 친구와 점심을 먹었다.

‘나는 솔로 봐요?’

그런 종류의 리얼리티 연예 프로그램은 하트시그널 2기가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보는 사람들마다 재미있다고 추천하는데 이상하게 안 보게 된다는 거.  

‘얼마 전에 옛날 ‘짝’에 나왔던 사람들이 다시 출연했었거든요.’

짝이라…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사람을 우주선처럼 ‘1호’, ‘2호’로 부르고, 출연자들이 죄수복 같은 걸 교복처럼 입었던 프로 아닌가? 출연자 중 한 명이 자살을 해서 프로가 폐지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건 그렇고 개인적으로 채널 여기저기에 예쁜 사람들이 넘치는데 네이버후드 거주민 같은 출연자들이 주인공인 프로를 왜 보는지 이해가 안 갔었다. 어쨌든 그녀는 출연자들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짝의 18기, 남자 7호 출연자가 10년 사이에 역변했다는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자는 왜 나이가 들면 얼굴이 커져요?’

사실 그건 나도 요즘 양자역학과 더불어 꽤 주의 깊게 보고 있는 관심사 중 하나다. 내게 그 시작은 김희철이었다. 아는 형님에 나오는 김희철의 얼굴이 – 연예인임에도 – 꽤 크다는 생각을 하다가 우연히 그의 데뷔 때 사진을 보게 된 거다. 둘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몸은 비슷한 것 같은데 유독 얼굴만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잘 보면 눈코입이 담겨있는 부분은 변화가 없어요. 그 가장자리가 넓어지는 게 문제예요. 언뜻 보면 눈코입이 중심으로 모인다고 착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 가장자리의 면적이 점점 넓어지는 거라고요.’

맞는 말이다. 김희철도 얼굴 가운데는 비슷하다. 대신 눈의 양 끝과 귀, 볼과 턱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졌던 거다. 살이 늘어난 건지, 채워진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안정환도 그렇잖아요. 그렇다고 몸에 살이 찐 느낌은 없거든요.’

그렇게 이야기하며 축구선수 안정환의 젊었을 때 사진을 검색해 내게 들이미는 그녀. 거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것만 같은 꽃미남이 왼편의 골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흘리고 있는 땀도 향기로울 것만 같다. 그녀는 다시 요즘 그의 사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잘생긴 건 맞아요. 그런데, 사실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못생기지 않은 아저씨일 뿐이에요.’

두 번째 보여준 사진 속의 안정환은 웃고 있지만 그 미소가 잘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 입 주변의 살색 면적이 늘어난 것이 더 부각되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땀은 흘리지 않았지만, 그랬다면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화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우주적 현상으로, 우리 모두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축복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축복까지 해줄 필요가 있을까요? 그리고, 얼굴 면적이 넓어지는 건 노화와는 또 다른 것 같다고요. 안 그런 사람들도 꽤 있으니까. 딱딱한 것을 계속 씹어 먹으면서 턱근육이 강화되는 것일지도 몰라요. 스쿼트로 허벅지가 굵어지는 것처럼…’

일리가 있다. 사진들을 비교해 보면 뼈도 그대로는 아닐 것 같은데, 그것이 자란다는 것도 말이 안 되잖아. 모든 게 미궁 속이다. 안정환의 얼굴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푹 눌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녀는 갑자기 왜 그런 현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걸까?

‘요즘 유튜브를 올리고 있는데 영상에 등장하는 남편의 얼굴이 조금씩 커지는 것 같아서요.’

…..

그녀에겐 아주 현실적인 문제였다. 

바로 옆에 얼굴이 점점 커지는 사람이 누워있다.

말이 그렇지 그녀의 남편은 아주 잘 생겼고 얼굴도 많이 커지지는 않았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네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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