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라디오 작가를 하고 있는 남효민 씨의 에세이다.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필력이 남달라서 여러 글을 쓰는 행사에서 두각을 보였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라디오 작가. 그녀는 작가의 타이틀을 가지고 키보드로 문장을 작성하지만, 그 글들은 결국 ‘말’이 되어 생명력을 얻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최근 라디오를 들은 건 꽤 오래된 것 같다. 하지만, 옛날에는 라디오를 요즘보다는 많이 접했던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건 각 라디오 방송에서 고유의 BGM과 함께 디제이들이 조곤조곤 전했던 오프닝 멘트들이다. 생각 없이 멍하니 있었을 때도 있었고, 뭔가에 쫓겨 정신없었을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늘 그 멘트를 듣는 순간만큼은 귀를 쫑긋 하고 디제이의 목소리에 집중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녀의 혹은 그의 말대로,
하늘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깊이 심호흡을 해보기도 하고,
‘아 오늘이 그런 날이었구나’하고 바보 도道 터지는 혼잣말도 했었다.
그런 기억의 뒤쪽에 ‘라디오 작가가 있었네.’ 하게 되었지만, 책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재밌다던가 인상 깊지는 않다. 나름대로 라디오 작가를 해오면서 느꼈던 고충이나 인생철학 등이 담겨있기는 한데, 전반적으로 잔잔하고 심심하다. 덕분에 꽤 짧은 책인데도 불구하고 오래 읽었던 것 같지만, 취향이 맞는 분들이라면 나름 재미있게 읽지 않으실까 생각해본다.
나는 영화에도 관대하고,
음악에도 관대하고,
게임에도 관대한데,
이상하게 글만큼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하나라도 그런 게 있으니 다행인 걸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