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t Hurry Love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예요. 

딴딴 딴~딴딴 따단


이 곡은 메인 리듬이 레일 위에 올려지면 보컬을 제외한 모든 악기가 그 리듬의 객차가 되어, 탬버린도 베이스도 기타도 모두 – 돌잔치의 병풍처럼 – 보컬 뒤에서 성실하게 딴딴 딴~딴딴 따단 하며 전진합니다. 듣다 보면 리듬에 중독되어 웬만큼 안 좋은 기분쯤은 리듬을 주도하는 베이스 기타 바운스에 강판에 갈려나가는 무채처럼 흩어져버리게 된다니까요?

이 곡은 1966년 모타운 레이블의 슈프림즈에 의해 처음 소개되자마자 빌보드 팝 싱글 차트, 영국 차트, 그리고 호주 싱글차트까지 휩쓸었고, 이후 수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중 저는 런어웨이 브라이드라는 영화에 삽입된, 미국 컨트리 밴드 Dixie Chicks(이후 The Chicks로 이름을 변경했죠)의 곡을 가장 좋아해요. 그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뛰어가는 신부를 상상하게 됩니다.

햇살 따뜻한 동부 한적한 시골의 성당에서 십분 전만 해도 생글생글 ‘네. 행복해요.’ 하던 신부가 갑자기 대기실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어 나갑니다. 물론 앨범 재킷대로 신부는 미리 운동화를 신고 있어서 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햇살은 반짝 바람은 산들, 아무도 없는 길거리를 휘날리는 웨딩드레스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내달리는 신부는 

타나토스에서 에로스로, 
알카트라즈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에고에서 이드로의 탈출을 꿈꿉니다. 

이런 일을 경험한 사람이 주변에 없어 그 느낌을 물어볼 길은 없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극한의 자유를 느꼈을 것 같은데, 음악도 상당히 신나서 식장에서 도망치는 신부 상상을 하는데도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얼마 전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어떤 여자분이 약속에 늦었는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뛰어가고 있는 거예요. 그 장면을 보며 이 곡과 함께 웨딩드레스를 휘날리며 뛰어가고 있는 신부를 순간 떠올렸죠. 그런데, 그분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거예요. 옆을 지나칠 때 살짝 고개를 돌렸는데, 일그러진 그분의 옆얼굴에 붙어있는 고통의 그림자라니! 역시 현실의 벽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했던 기억이 납니다.  

혹시 현실 세계에서 어떤 이유로든 급하게 이동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신다면, BGM이고 뭐고 꼭 택시를 타시길 권해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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