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술

며칠 전 고즈넉한 이자카야에서 한잔 했었다. 내부가 작지는 않았는데 음식점 중앙에 화구가 있어 처음에는 ‘꽤 아기자기한 곳인데?’ 하게 되는 곳. 앉은자리 옆으로 작은 창이 나있어서 바깥 풍경이 수채화의 여백처럼 다가와 이국적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안주도 대부분 너무 맛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주류 메뉴 중 하나였던 바나나술. 이 술을 시키면 잔의 폭과 동일한 지름의 얼음과 함께 담겨 나오는데, 여러모로 이게 좀 사기다. 우선 술이라기엔 너무 맛있어서 사기고, 얼음 때문에 생각보다 술의 양이 너무 적어서 사기다. 

그 양을 한번 가늠해 보자면, 술을 채워주는 컵을 원기둥이라 가정하고 밑면의 반지름을 d라고 할 때 그 부피는 πd^3/4, 컵에 담긴 얼음의 부피는 πd^3/6. 그러므로 얼음과 술의 비율은 대충 2:1 정도가 된다. 내가 술을 시켰지 물을 시킨 건 아닌데… 한번 더 주문을 했더니 녹은 얼음 위에 부어주길래 얼음이 더 많이 녹은 상태에서 세 번째 주문을 했었다. 하지만, 여지없이 얼음까지 바꿔주는 노련함. 

뭔가 기준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술이 조금 들어가서 귀찮아지는 바람에 패스.

그다음부터는 맥주만 주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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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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