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과 Abbey Road

비틀스의 Abbey Road 앨범 커버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요? 

멤버들이 쪼르르 일렬로 건너고 있는 곳은 영국, 세인트 존스 우드역 근처 EMI 스튜디오(그 당시) 앞의 횡단보도입니다. 이 앨범사진을 찍을 때가 그들의 해체 몇 주 전이었으니, 이미 멤버들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겠죠? 10분 남짓 동안 찍은 여섯 장의 사진 중 모두의 다리가 동일한 V자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하나였고, 그것이 바로 이 Abbey Road의 앨범커버가 되었습니다. 사진 속의 폴 매커트니와 링고 스타는 아직 앳된 얼굴을 하고 있고, 존 레넌과 조지 해리슨도 건재합니다. 물론 다들 즐거운 표정은 아니지만 길을 걸을 때 실실거리는 사람이 흔한 건 아니죠. 


얼마 전 스마트폰을 보며 걸어가다가 발을 헛디뎌서 발목을 심하게 접질렸습니다.

다행히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가지는 않았지만 주말이 된 지금까지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다니까요. 다들 조심하시길. 어쨌든 그다음 날 조금 늦게 건물 밖으로 나와 길가에서 택시를 잡으려는데 바람이 불더라고요. 이런 바람이 얼마만이지? 온도가 낮은 건 아니지만 분명히 시원한 바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조금 걸어볼까?’

일기예보에서는 다음 주 내내 30도가 넘는다고 했으니 이런 바람을 쉽게 다시 만날 수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르니까. 우선 이어폰을 꽂고 Abbey Road의 Here Comes The Sun을 플레이시켰죠. 걷는다는 생각을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앨범, 그리고 그 안에서 산책에 가장 어울리는 곡. 도입부의 기타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져 나도 모르게 같이 흥얼거리게 된다니까요? 물론 이 곡의 주인공은 저와는 달리 따뜻한 날을 기다리는 상황이긴 하지만, 지금과는 다른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건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 둘 다 그것을 바로 앞에 마주하고 있다는 것.

다리가 불편해 많이 걷지는 못했지만 꽤 즐거운 산책이었습니다. 이제는 손을 꼽으며 가을을 기다릴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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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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