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풍경: 2021 봄

코로나와 함께 맞이하는 두 번째 봄이라니. 작년 이맘때쯤에는 이러다가 말겠지 싶었다. 이렇게 졸업 전까지 계속 학폭 가해자와 같은 반에서 생활해야 하는 것처럼 살게 될 줄이야. 어쨌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익히고 있다고 할까? 사실 그래 봤자 코로나 이전에도 크게 특별하게 살고 있었던 것도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서점 방문은 크게 신경 안 쓰고 반복할 수 있다. 


도대체, 베스트셀러 섹션에서 몇 년째 보고 있는 것 같은 이 책은 얼마나 재미있는 걸까?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돼’,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했다’… 이 정도면 유료로 이런 제목을 뽑아주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만 같다. 

제목이 내용의 전부일 것 만 같은 책. ‘죽기 전까지 걷고 싶다면 스쿼트를 하라’라는 책을 다 읽고 나서 허탈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죽기 전까지 걷고 싶다면) 스쿼트를 하라’였다. 

출판계의 소설 자판기 –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대환장 웃음 시리즈라 4탄이지, 추리소설 시리즈였으면 두 자리 숫자로 모자랄지도 모른다. 

서점 안에서 파는 흉기. 저 양장본을 세로로 잡고 정수리를 내리치면 바로 두개골이 쩍- 하고 쪼개질 것만 같다. 개인적으로는 무겁기도 하고, 펼치기도 힘들어서 양장본은 잘 안 산다. 

대체 뭘까? 같이 보고 싶을 만큼 좋은 게?

전 세계적으로 ‘성경’, ‘자본론’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이라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이런 작가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이런 작가의 후손이 되고 싶다. 나는 책보다도 오리지널 일러스트를 더 좋아하는데, 일러스트도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렸다는 걸 아시나요? 

이토 준지가 계속 작품 활동을 하는 줄 몰랐다. 그의 ‘소용돌이’는 정말 최고였다. 최고로 징그러웠다.

위인전까지 낼 정도의 인물인가 싶긴 하지만, 뭐든 써서 제본한 후 서점 가판 위에 올려놓으면 그럴듯해 보이는 건 역시 책 만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나는 펼쳐보지도 않았지만… (트로트를 별로 안 좋아한다)

서점에 가면 책을 뒤져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여러 문구류나 팬시 제품 구경하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데스크 데코레이션 코너에서 이 미니어처를 보니, 몇 년 전 파리에 갔을 때 에펠탑 앞에서 알게 된 한 현지인이 해주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녀는 마치 천기를 누설하듯 조심스럽게 

‘샹젤리제 거리는 한밤중에도 문을 닫지 않는다고요.’

했었다. 정말 그때는 밤 열두 시가 지난 시간에도 대부분의 매장들이 영업을 하고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 이제는 코로나 때문에 일찍 닫을 것만 같다. 

….

오랜만의 서점 방문기 끝.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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