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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해도 벌써 2주가 넘게 지났다. 2025년은 을사년乙巳年이라 푸른 뱀의 해라지만, 나는 2024년이 어떤 해였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긴 구정이 지나지 않았으니 아직은 작년의 간지干支에 부합하는 해가 저물어가는 상황인 거다. 뭐든 관심 없긴 하지만…
현실감각
12월은 인사와 조직변경 덕에 전시 같은 분위기에서 모든 일이 장벽 뒤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1월은 과거의 대부분이 부정되며 모든 일들이 새로운 동력체계 하에서 새롭게, 또 혼란스럽게 엔진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모터가 달린 장난감 자동차를 들고 전원을 넣으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퀴가 돌아가듯 그렇게… 어디든 바퀴가 닿기만 하면 쏜살같이 튀어 나갈 것이다. 어디로 가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음.
윤석렬은 법정에서 사십 분 동안 스스로 변론하고, 마지막에 다시 오 분동안 추가로 주창主唱했다고 한다. 그리고 구속이 결정되었다. 정치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방향성조차 없는 나지만, 이렇게 현실감각이 없는 사람이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라니. 그건 그렇고 사실 그 현실감각은 지금 내게 가장 절실한 자각능력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다.
트렁크
‘트렁크’라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릴리즈 되었다. 최근 유튜브에서 공유가 여기저기 나온다 싶더니, 이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해서였구나. 이 드라마의 원작은 동일한 이름의 소설로 김려령작가의 작품이다. 영화화되기도 한 ‘완득이’의 작가라고 하지만 나는 그 책도, 영화도 보지 못했다. 그래도 소설이 원작이라니 왠지 조금은 더 기대가 되었달까?
전체적으로 고즈넉하고 품격 넘치는 상류층 분위기의 드라마로, 미스터리물 같지만 중반까지는 별다른 긴장감 없이 느긋하게 진행된다. 서현진의 못난이 인형 같은 연기가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참아줄 만하고, 정윤하의 기대하지 않았던 서비스컷에 필모를 열심히 검색해보기도 했다. 배우에게 등근육은 확실히 존재가치가 있음. 세련된 그들의 집 인테리어나 오디오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꽤 힐링이 되는 건 있었지만, 중반 즈음에서 ‘나머지 네 편을 볼만한 가치가 있나?’ 하는 고민은 하게 되더라.
그래서 책을 읽어봤다. 그런데 책의 분위기는 드라마와는 사뭇 달랐다. 우선 속도감이 있다. 밀떡 늘어지듯 천천히 진행되는 드라마와는 다르게, 책은 수많은 짧은 문장들이 이어달리기를 하며 엄청난 스피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화자도 입에 걸레를 문 생활밀착형 캐릭터로 시원시원하게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후반부를 드라마로 볼지, 책으로 읽을지는 고민 중.
스타벅스
신세계에서 이마트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스타벅스를 사용한 여러 가지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클립을 보게 되었다. 그 유튜버는 작년 하반기에 시작한 구독서비스와 딜리버리 서비스도 그중 하나라고 했다. 스타벅스는 건물주와 매출기반의 수익을 공유하는 사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이한 건 해당 건물에 들어서는 매장의 인테리어를 모두 건물주가 이행해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건물주는 매출의 일부(약 10%)를 수익으로 가져간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에 시작된 구독서비스로 제공되는 할인은 전체 매출비용의 하락을 유도하게 된다. 이로 인해 건물주의 수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구독비용은 건물주와는 상관없는 스타벅스의 새로운 수입이 된다. 이런 구조의 서비스를 릴리스하면서 건물주들에게는 아무런 사전협의도 하지 않았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이런 내용을 본 후 ‘구독서비스를 가입하지 말아야겠군’하긴 했지만, 내가 지금 건물주들 걱정이나 하고 있을 때는 아닌데 싶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