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정말 술을 잘 마셔서 존경하는 친구가 하나 있다. 그 친구와 술을 한잔하고 일어서는데 그녀의 가방에서 다 마신 숙취 해소제 병이 바닥에 툭 떨어진다. 당황하는 그녀. 다른 친구도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다. 물론 나도 놀랐다. 이것이 세월의 힘인 건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술을 마시기 위해 테니스로 단련한다고 떠들어대던 그녀다. 하지만 실상은 힐링 포션의 힘으로 힘겹게 마셔오고 있었다니! 하하하. 대체 언제부터 몰래 숙취 해소제를 마셔온 거야? 그건 대체 무슨 맛이 나니? 나는 술을 마시기 전에 숙취 해소제를 먹어야 한다는 상상조차 못 했다고 이야기했더니,
그 정도 마시는 사람이 뭘 알아요?
한다. 쳇.
집 근처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KT사옥인가 우체국인가가 있었던 엄청나게 큰 부지였는데, 그곳에 아파트가 생긴 거다. 물론 자고 일어나니 생긴 건 아니고 꽤 오래 공사를 했다. 관심이 없었어서 어느 정도 공사를 했는지는 잘 모름. 그런데 아파트 외에 큰 쇼핑몰 상가도 생겼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됐다. 지나다닐 때 새로 생긴 컴포즈커피와 공차만 봤었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꽤 큰 상가였다. 더 놀라운 건 메가박스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거다. 요즘 영화관이 장사가 되나요? 되나 보네.

장마라고 했다. 뉴스에서는 주말마다 비가 엄청나게 와서 모든 사람들을 물속에 잠긴 스펀지처럼 축 쳐지게 만들 것이라 떠들어댔다. 비 맞은 끈끈한 솜뭉치 상태로 살아가야 하는 기간. 나는 우산을 – 전쟁준비를 하듯 – 일하는 곳에, 가방에, 현관 근처 손이 바로 닿는 곳에 하나씩 놓아두었다. 발이 젖는 게 싫기 때문에 사 두었던 방수 운동화도 꺼내 두었다. ‘얼마동안 자전거는 타지도 못하겠네’ 하는 생각도 했다. 우울했다. 그래봤자 오분 거리 동네 커피숍에 간다. 사실 걸어가도 됨. 그런데 주말 두 번을 보냈는데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 주 화요일 즈음인가? 뉴스를 보는데 장마가 끝났단다. 끝난 거 좋아하네.
오긴 했던 거냐?
장마가 없었다고 하면 쪽팔릴 것 같아서 기상청이 로비를 한 것 같음.
일을 할 때는 평소 친분이나 인간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편인데, 나는 성격이 원래 이래서 별 생각이 없지만 상대방은 꽤 당황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혹은 수습이라도 잘 되도록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대신 ‘일을 잘해줘야지’ 하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함.
상대의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 의견은 늘 대승적 이익을 얻기 위한 논리적 판단을 거쳐 제시하는 것이긴 하다. 기능과 서비스의 본질 아래에서 일반적인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한다. 내가 편하려고 꾀를 부리지는 않음. 어쨌든 몇 주째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 비슷한 일이 있는데, 제자리 맴돌기를 하는 회의 요청 메일에 지쳐 맘대로 하라는 답변을 던진 참이었다. 그런데 해당 메일을 읽은 친구 하나가 내 옆에 와서는
그렇게 메일 보내고 끝내시면 안 될 것 같아서요
하고 싱긋 웃으며 참외 한쪽을 내민다. 맛있었다. 이렇게 맛있는 걸 혼자 안 먹고 나누어주며 충고를 한다는 건, 그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다시 안을 몇 가지 더 만들고, 왜 그런 의견을 제시했는지를 상세히 정리해 다시 회신을 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도 계속 그런 요청을 해 온 상대의 상황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여전히 – 개인적이긴 하지만 – 내 의견이 적절하다는 결론이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는, 상대방의 의견대로 진행해도 좋다고 담당자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뭐든 정답은 없지만,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는 모두 확실하게 인지했으면 좋겠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정기구독 하고 있었다. 유독이라는 LG유플러스 서비스를 통해 리디북스 서비스와 함께 더블구독을 했던 건데, 오늘 갑자기 유튜브에서 광고가 나오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의 요금이 올라서 전체 구독요금이 올랐던 거다. 내가 그것에 동의를 했어야 서비스가 지속되는데, 여러 번 발송되었던 메시지를 광고인 줄 알고 아예 읽지도 않았다. 아니 어느 순간에 한번 읽은 적이 있긴 한데 ‘또 보내겠지 뭐’하고 잊어버렸다. 그러던 중 해지가 된 유튜브 프리미엄. 그런데 오늘 영상 중간중간에 나오는 광고가 너무 재밌어서 건너뛰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끝까지 보고 있는 중이다.
내가 지금까지 이걸 놓치고 있었네?
내가 쓸 용도로 MP3 플레이 앱을 개발했다. 대충 기능을 개발하고는 아이콘 디자인을 시작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린다. 이번 iOS 26에서는 애플 생태계 전체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리퀴드 글라스라는 시각적 테마가 제시되었는데, 애플비전 류의 증강현실을 위한 see-through UX에 적합한 디자인이다. 이번에는 해당 디자인으로 아이콘을 제작할 수 있는 Icon Composer라는 애플리케이션까지 함께 배포했다.

친구들에게 보여주니 ‘귀엽다’는 의견이 대부분인데, ‘너무 흐려서 잘 안 보여’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음. 나도 안다고! 안 궁금하다고! 이래서 T는 안 된다. 나도 T이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