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친구 추천으로 마주한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는 – 기대 이상으로 완성도가 높은 –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이었다

단편소설의 숙명은 짧은 지면 안에서의 ‘선택과 집중’이다. 자칫 허술해지기 쉬운 형식적 한계를 놀라운 집중력과 필력으로 극복해 낸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 단연코 최근 가장 만족스러운 독서 경험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7편의 수록작은 캐릭터와 주제 면에서 모두 독립적인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하나같이 다른 누군가의 일상을 삽으로 푹 떠올린 것 같다고 할까? 그 치밀한 작가적 상상력이 가히 대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힘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문장’이다. 작가가 이야기와 독자 사이에서 영리하게 객관성을 유지하는 ‘지능적인 글쓰기’ 덕분에, 내 낮은 집중력에도 불구하고 일곱 편을 한 호흡으로 완독 할 수 있었다. 이 정도 밀도의 단편을 앞으로 또 만나볼 수 있을까? 특히 표제작인 ‘혼모노’는 왜 이 소설집을 대표하는 제목이 되었는지 납득이 갈 만큼 감각적이고 충격적인 완성도를 자랑하니, 시간 되시는 분들은 아니 시간이 없더라도 어떻게든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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