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 일기

미세골절

뛰는 게 위험하다는 건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건널목 너머에서 점멸하는 녹색 신호등의 카운트 다운은 마치 인생 면죄부 판매소의 운영 마감 싸인 같아 보이는 걸 어쩌나. 어쨌든 그렇게 뛰어 건너다가 건널목에서 – 복잡한 사정으로 – 넘어져 어깨에는 타박상을, 갈비뼈는 금이 가고 말았다. 물론 의사는 엑스레이 상 골절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지만, 디테일한 가슴 통증 호소인 앞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나 보다.

미세골절일 수는 있어요

나는 갈비뼈 미세골절이며, 약은 타지 않았으며, 가슴은 5일째 계속 아픈 상태다. 물론 어깨도 아픔.

줄넘기와 요실금

친구들과 한잔 하다가 요즘 운동에 줄넘기를 추가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백번씩 다섯 세트. 줄넘기의 다른 어떤 효능보다도, 그 루틴에 딱 오분 밖에 안 걸린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든다. 운동을 오래 하기는 싫으니까. 그런데 한 친구가 뜬금없이

줄넘기하면 소변이 나오던데

한다. 궁금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은 정보 잖아? 하지만 갑자기 모두 말을 안 하면 어색해질 테니 ‘소변을 보고 줄넘기를 하면 되겠네.’ 하며 자연스럽게 넘겼다는 이야기. 이 정도면 내 진행은 거의 유재석 레벨 아닌가? 아님 말고…

체인소맨:레제편

사실 별생각 없이 봤는데 엄청났다. 체인소맨은 넷플릭스에서 시즌1을 아주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우리 파트의 차장님은 머리에 톱이 달린 주인공을 보고 기겁을 했지만… 그래서 그즈음에는 선입견을 지워주려고 체인소맨을 최대한 귀엽게 몇 번이고 계속 그려서 보여줬었다. 물론 차장님은 끝까지 체인소맨을 좋아하지 않았음.

그건 그렇고 영화는 근대 콘텐츠 팝아트의 초정점이자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동네 초등학생들하고 밖에 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뿐.

서재 결혼 시키기

친구가 추천해서 읽기 시작한 책으로, <라이프>, <뉴요커>, <하퍼스>,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에서 활약한 편집자이자 비평가인 앤 패디먼의 에세이집이다. 하버드 졸업생, 유명 매체의 편집자 이력답게 책을 사랑하는 인텔리로,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그 문학적 지식과 디테일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책을 좋아한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아까워서 조금씩 읽고 있는 중. 건널목에서 넘어질 때 이 책을 들고 있었는데, 길거리에 패대기쳐진 책 때문에 두 배는 더 창피했다.

모기에 물렸을 때의 대처법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났는데 한 친구가 모기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무는 것은 수컷이며 체온이 높은 사람을 좋아하는데, 자기는 체온이 남들보다 높아 항상 모기에 시달려 왔단다. 미국 유학 때 타이거 모기에 항상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었는데, 그것에 물리면 간지러운 데다가 아프기까지 해서 도무지 일상생활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기에 물리면 가려운 이유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결국 무력화하는 방법을 개발해 내고 말았다!(유레카!) 모기 침 속의 ‘포름산’성분은 열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금속 숟가락을 가열해서 모기 물린 곳에 대는 것이 그것이다. 정수기 온수는 80도이고 금속 숟가락을 넣었다가 빼면 바로 식어서 60도가량 되는데, 이 온도로 모기 물린 곳을 지지면 된다. 뜨겁지만 데이지는 않는 온도. 너무너무 뜨거워서 살이 익을 것 같지만, 전혀 익지 않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물론 고통은 엄청나다고 한다. 고통이 엄청나다면, 가려운 것과 비교했을 때 어떤 게 더 참기 힘드냐고 물어봤더니

가려운 건 상대도 안되지…

뭐래. 변탠가?

집으로 오는 길에 인터넷을 검색해 봤는데 이건 원래 있던 방법이었다! 그리고, 포름산은 48도 이상이면 분해된다고 함. 굳이 친구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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