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어 덮밥을 먹고 났는데 목에 가시가 걸린 것 같았다. 침을 삼키면 생선꼬리지느러미가 목구멍 속에서 퍼덕거리는 느낌. 생선구이를 먹은 것도 아닌데 말이 되나?
‘곧 내려가겠지.’ 하며 처음에는 별생각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니 점점 묘하게 거슬린다. 침을 천천히 삼키면 괜찮은 것 같다가도, 물이나 커피를 마시면 다시 나 여기 있다며 철퍽거리는 꼬리지느러미, 아니 가시. 이 정도면 거의 대바늘을 삼킨 것 같은데? 그렇다면 뺀 가시에 구멍만 잘 뚫으면 바느질을 할 수도 있겠는걸? 물론 바느질을 할 일은 없음.
‘이것 좀 보세요. 가시가 걸린 채로 24시간이 지나면 염증이 생기면서 이렇게 목구멍에 천공이 생긴대요. 챗지피티가 직접 염증으로 구멍이 난 식도를 그려주기까지 했어요!’
하며 식도에 흉하게 구멍이 뚫린 사진을 보여주는 친구. 저 정도의 틈이라면 숨 쉬는 게 폐가 아니라 어깨 근육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는걸? 어쨌든 시청각(사진+그 친구의 구멍이 뚫릴 것이라는 단정적 진단) 효과는 엄청나서 그 이후로는 손에 일이 잘 안 잡힌다. 블랙홀 같던 식도의 천공이 머릿속에 가득한 상태로 해야 할 일을 대충 처리하고는 바로 근처 이비인후과를 찾은 나.
‘아 해보세요.’
생구역질이 미친 듯이 났다. 나는 냉면가닥이 목에 걸리는 것조차 참지 못하는 성격.
‘아하~ 하면서 허밍을 해보세요. 고음으로요.’
생구역질이 나는데 산뜻한 목소리로 노래가 나오겠냐고요. 그리고, ‘아하’로 어떻게 허밍을 합니까? ‘흐흥’ 이렇게 시켜야지. 내가 구역질을 하든 말든 의사는 냉정하게 내 혀를 끄집어 당기며 목구멍에 내시경을 들이댔고, 그렇게 찍은 사진을 모니터에 가득 띄운다.
‘이것 보세요. 여기 가시가 있죠? 목구멍 안쪽에 조금 깊게 박혀 있는데, 이 각도 보세요. 빠질 각도가 아니에요. 밥 덩어리를 그냥 삼키면 넘어간다는 이야기를 할머니들이 하시잖아요? 이런 상태에서 그렇게 하시면 더욱더 깊이 박혀서 아예 뿌리를 내리게 될 수 있습니다.’
가시가 무슨 뿌리를 내려? 볍씨도 아니고… 하지만 저 내시경 카메라로 내 목의 가시를 더 깊이 박아 넣을 힘이 있는 사람이니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안 된다.
‘이제 가시를 뽑읍시다. 그런데 저를 도와주셔야 돼요.’
‘간호사님은 뭐 하시고요?’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병원에서는 절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메스, 가위, 주사 등의 흉기를 합법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나는 공손하게 무엇을 도와드려야 할지 물었다.
‘저는 가시를 뽑을 테니, 환자분께서는 혀를 뽑아주세요.’
차라리 떡을 썰거나, 글씨를 쓰는 게 낫겠어. 혀를 뽑는 게 뭐지? 초등학교 때 어린이용 동화에서 본 지옥의 악마가 나쁜 짓을 한 사람의 혀를 집게로 뽑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악마의 손바닥 위에서 혓바닥을 뽑히고 있는 사람은 눈을 꼭 감은 채로 두 주먹을 휘저으며 말 그대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이 사람은 대체 무슨 짓을 했을까?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던 어린 시절의 나.
‘제가 가시를 뽑을 수 있도록 걸리적거리는 혀를 약간 아래쪽으로 뉘어 길게 뽑아주세요. 그러면서 아까처럼 노래를 부르시면 됩니다. 고음으로요.’
나는 사실 고음이 힘들다. ‘솔#’이 한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노래를 반음 낮춰 부르는데, 이런 내 음악적 한계 때문에 가시를 제대로 뽑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건가? 어쨌든 나는 내 혀를 뽑으면서, 가성을 내지르면서(고음을 못 내서), 구역질도 해댔다. 의사는 계속 제대로 가시를 뽑아내지 못했고, 혀는 뿌리까지 너무 아팠다. 내가 성실하게 너무 혀를 세게 당겼기 때문일까? 아니면 의사가 짜증 나서 저 집게로 나 모르게 혀 뒤쪽을 집어댔을까? 20분이 다 되어가자, 나도 의사도 지치고 말았다. 옆의 간호사만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간호사에게 혀를 잡아당겨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이 상황은 모두와 관련이 있으니까. 나는 가시를 뽑게 되고, 의사는 돈을 벌게 되고, 간호사는 월급을 받게 된다. 앗 월급이었네? 어쩐지…
‘됐어요! 뽑았습니다.’
의사가 집게 끝을 들이미는데, 그 끝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음.
의사 선생님, 진짜 뽑은 것 맞나요? 아니면, 지치셔서 뽑았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은 건가요?
‘진짜예요. 이것 보세요.’
그건 식도 외벽의 세포 아닌가요? 어쨌든 힘들게 가시는 제거했고, 그 가시는 구멍을 뚫어 바늘을 만들 크기는 전혀 아니었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