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ycle Chronicles

자전거에 처음 문제가 발생한 건 꽤 오래됐다 

특정 기어비로 변속을 하면 귀에 거슬리는 소음이 났던 거다. 보통 음악을 들으며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처음엔 잘 몰랐다. 그런 이유로 언제부터 소음이 났는지 조차 잘 모르겠다. 어쨌든 언젠가 문득 그것을 알게 됐고, 그 이후 자전거를 탈 때마다 계속 신경이 쓰였다. 처음에는 체인이 어딘가에 닿아 그런 소리가 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나사를 조절해서 체인 가이드의 위치를 조정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그건 정말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감이 안 왔다. 직접 나사를 돌려봐도 내 자전거에 무슨 변화가 생겼는지 알 수 조차 없었다. 

그래서 그냥 탔다. 그러다가 배터리가 다 돼서 지문으로 작동하는 자전거락을 열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고, 모든 게 귀찮아서 자전거를 질질 끌고 집까지 오다가 타이어가 터지고 말았다. 정말 빵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대체 왜 그런 건지 지금도 알 수가 없음.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이 놀랐을 때 점프하는 건 과장된 만화적 표현이 아닙니다 여러분. 

이후 타이어를 교체했다.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자전거를 탈 수 없으니까. 별생각 없이 휠의 크기만 보고 타이어를 주문했다. 타이어 교체작업은 재미있을 것 같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타이어는 귀여운 지우개와는 성격이 완전히 달랐다. 마치 질긴 소나 말의 껍데기 같다고 할까? 휠 위에 올려 크기를 재 봐도 분명히 휠보다 지름이 작았다. ‘이걸 끼울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렇다고 타이어가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이걸로 얻어맞으면 살이 찢어질 정도로 단단하다. 타자들이 배트로 타이어를 치는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쳐도 끄덕 없으니까. 이건 볼펜에 심을 끼우는 것, 가방의 후크를 찰칵하고 끼우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런데 하다 보니 됐음. 팔도 아프고 정신도 희미한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끼워 낸 거라 다음에 또 하라면 못할 것만 같다. 어쨌든 완료. 

그 이후 어쩌다가 자전거 체인용 윤활유를 알게 되어 구매를 했다. 그 윤활유를 체인의 여기저기에 미친 듯이 뿌렸더니 최초에 존재했던 특정 기어비에서 나던 소음이 드디어 사라졌다. 그런데 그 이후 더 견딜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었는데,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소음이 나기 시작한 거다. 영화처럼 전개되는 이 짜증 나는 상황에 지쳐버린 나는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즈음 이명의 위기로 소리에 전보다 훨씬 민감해져 있는 상태였어서 그냥 무시할 수가 없었다. 내 귀는 소중하단 말이다. 

그런데 이 작고 날카로운 소음은 도대체 어디서 나는 건지 알 수 조차 없었다. 남은 윤활유를 소음이 날 것 같은 곳에 모두 처발랐는데도 그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건 자전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이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일상생활할 때는 이명이 발생하지 않는다. 정신 차리자. 논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너는 이과적 두뇌를 소유한 INTP이니까.

자전거 스탠드까지 구매하여 지독한 관찰을 수행한 결과, 그 소리는 뒷타이어와 포크 프레임 사이의 클리어런스 확보가 안되어 나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쉽게 이야기하면 타이어가 프레임에 살짝 닿는다는 거. 타이어와 프레임이 스치는데 고양이 울음소리가 난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런데 말이 되는 거였다. 영화에서 소리를 만들어내는 엔지니어에게 노하우를 전달해주고 싶을 정도다. 실제 고양이보다 더 고양이 같은 소리가 남. 어쩌면 고양이들의 성대 안쪽에는 작은 타이어와 포크 프레임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결국 원인은 원래 자전거에 사용되는 타이어보다 더 폭이 넓은 타이어로 교체한 것 때문이었다. 그때만 해도 타이어의 폭까지 여러 종류가 있다는 건 생각도 못했음. 하지만 타이어 교체는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우선 타이어의 바람을 조금 빼서 부피를 줄이고 틀어져 있던 자전거 뒷바퀴의 축을 조정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바로 소음이 사라졌지만, 조금 격렬히 타다 보면 어느새 고양이는 내 등에 다시 올라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싫어하기 때문에 더 소름이 끼쳤음. 다시 유튜브를 뒤져 뒷바퀴의 축 중심을 위한 미세조정을 알게 된 나는, 쇼핑몰을 뒤져 해당 작업용 스포크 드라이버를 주문했다. 그런데 좀 지친다. 얼마 없는 공간을 세부할당 하기 위해서 이런 작업까지 해야 하나? 원인은 이미 명확한데 말이다. 

그래서 그냥 다시 타이어와 그 크기에 맞는 튜브를 주문했다. 그리고는 그 지옥 같던 타이어 장착작업을 다시 반복했다. 폭이 좁은 타이어는 이전 폭이 큰 타이어보다 작업이 세 배는 더 힘들었다. 타이어를 만져보면 안다. ‘이건 늘어나지 않는 고무구나. 고무라는 이름의 나무토막이네.’ 하지만 결국은 그것을 늘여 끼우지 않으면 안 된다. 끼우려 할 때는 불가능할 것 같지만, 어찌어찌 끼우고 나면 최초 판게아 모양대로 대륙을 끼워 맞춰낸 것만 같은 만족감이 든다. 내가 그랬다. 물론 대륙을 끼워 맞춰본 적은 없음.

오늘 내 자전거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미끄러진다. 그런데 전기자전거가 사고 싶네? 그냥 그렇다고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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