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어이가 없었다. 봉지에 들어있는 내용물 만으로는 아무리 엄청나게 조리를 해도 가장 맛있게는 먹을 수 없다는 이야기니 말이다. 식용유, 청양고추, 굴 소스, 볶음 콩가루까지 내가 다 준비해야 하다니. 이연복 셰프 양반, 차라리 춘장부터 담그라고 하시죠? 청양고추는 건더기수프에, 굴 소스는 말려서…
조금 어이가 없었다. 봉지에 들어있는 내용물 만으로는 아무리 엄청나게 조리를 해도 가장 맛있게는 먹을 수 없다는 이야기니 말이다. 식용유, 청양고추, 굴 소스, 볶음 콩가루까지 내가 다 준비해야 하다니. 이연복 셰프 양반, 차라리 춘장부터 담그라고 하시죠? 청양고추는 건더기수프에, 굴 소스는 말려서…
그녀는 짐을 올려달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고, 나는 그게 아니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 순간 우리는 뭔가 통한 것 같았다. 그녀가 내게 ‘저 뒤쪽의 무인민원발급창구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뽑아오세요.’라고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내가 그 이유로 온 것을 알았냐고 묻자, 그녀는 ‘하루에 열 명도…
목덜미에 문신이라고 하니, 삼사 년 전쯤 같은 건물에서 일하던 여자 변호사가 생각난다. 머리도 스포츠 타입으로 아주 짧게 하고 다녔는데,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면 특별히 신경 써서 보려 하지 않아도 목덜미에 ‘마음 심’자 문신이 선명하게 보였더랬다.
이맘때쯤이었을 거다.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생활을 정리해야 했던 게 말이다. 정리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끝도 없이 해야 한다는 거였다. 인터넷, 전기, 그리고 가스도 모두 다른 기관을 통해 출발하는 날로 정지 요청을 했고, 열 달 전 집 열쇠를 잃어버렸을 때…
연주자들과 유리된 공간에 존재하다가, 그 안으로 들어가 여러 세션들이 만들어낸 그루브 위에 자신의 기타 소리를 얹게 되는 경험이라니! 얼마나 짜릿했을까요? 두근두근, 드럼 소리보다 더 크게 들리는 자신의 심장소리, 고막이 아닌 몸 전체의 울림으로 듣는 사운드. 그리고, 같이 공명하는 연주자들, 동료들.…
가끔 생각나면 아이유와 김연아의 ‘얼음꽃’을 듣는데, 그때마다 살짝 미소가 지어지는 걸 어찌할 수 없다. 듣고 있으면 어린 아이유가 김연아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네가 피겨의 여왕이면 다야? 난 가수라고! 그것도 어ㅁ청난!!”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와서는, 자전거를 내리고 새로 산 체인 락을 거치대에 밀어 넣었다. 체인 락은 경쾌하게 ‘딸깍’ 소리를 내며 거치대의 스냅 인 포트에 단단히 고정되었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자전거에 올라 집으로 달렸다. 확실히 뒤에서 덜컹거리는 느낌도 없었다.
오전에 발생했던 문제를 해결하느라 평소보다 늦게 점심을 먹으러 오는 바람에 배가 고팠던 나는 테이블에 먼저 깔린 피클을 한입 깨물어 먹으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연륜이라는 건 정리되어 이마에 붙어있는 게 아니라 그 몸과 정신 속에 그대로 내재되어 있고, 그것이 제대로 전이되기 위해서는 관찰이라는 비효율적 시간소비가 필요하다. 같이 옆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에 ‘찰칵’ 하고 사진을 찍듯 건져낼 수 있다.
하지만 수년 전 여름, 엄청난 수의 날벌레에 강변역이 지배당했던 적이 있었다. 역 주변에 어둠이 깔리고 플랫폼 천정의 라이트가 켜지면 지구 상에 있는 날벌레들이 모두 강변역으로 몰려들었다. 뉴스에도 나올 정도였는데, 아나운서는 그 벌레를 ‘압구정 벌레’라고 했다.(왜 압구정 벌레인지는 설명해주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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