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별 특성 고찰 대상으로써의 횡단보도

도시에는 차도가 있고 사람들은 횡단보도를 통해 그것을 건넌다. 그리고, 신호등은 그 행위를 돕는다. 기둥에 몇 개의 등이 붙어있는 단순한 형태의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효과를 자랑하는 신호등은 1868년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었다. 시작은 가스를 사용하는 수동 조정 형태였지만, 이후 햄프턴에 자동 운영되는 신호등이 등장하며 지금까지 그 형태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국가별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의 패턴이 각양각색이라는 것을 알고 계신지?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영국의 횡단보도에는 대부분 보행자가 버튼을 눌러 녹색불이 들어오게 하는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도 교통량이 많은 차도에는 동일한 신호등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신호등은 보행신호를 보게 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 이유로 영국 사람들은 신호등 색깔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길을 건넌다. 운전자들도 역시 어떤 신호라도 길을 건너는 사람이 있으면 젠틀하게 차를 멈춰준다. 물론 밀고 지나갈 수는 없겠지만 클락션 정도는 울릴 법 한데, 그런 것도 없이 무표정으로 보행자가 지나가기를 기다려 준다. 물론 보행자들도 무표정하게 길을 건너기는 마찬가지다. 

프랑스의 보행자들도 영국과 비슷하게 횡단보도의 신호등을 그림자 취급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운전자들이 친절하다는 거다. 그들은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는 보행자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준다. 심지어 건널목 앞에서 보행신호를 기다리는 보행자 앞에서 차를 멈추고 건너가라며 범법을 부추기는 운전자도 있을 정도다. 보통 어머니도 그 정도로 조건 없이 자식에게 친절하지는 않은데 말이다.

독일은 보행자들이 횡단보도의 신호를 잘 지킨다. 신호를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는 스스럼없이 지적도 한다. 요즘 신호등은 대부분 빨간불로 변하기 전에 시그널을 주는데 – 녹색 불이 깜빡거린다든지, 보조 전광판의 숫자가 줄어든다든지 – 이곳의 신호등은 그런 것이 전혀 없다. 보행신호에서 어느 순간 빨간 불로 순식간에 변해버린다. 덕분에 도로 중간에서 당황하며 후다닥 내달리는 보행자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데, 그게 꽤 재미있다. 횡단보도 근처에서 버스를 기다린 적이 있었는데, 매 신호마다 내달리는 사람들을 구경하느라 하나도 심심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이탈리아의 횡단보도 신호등은 삼색으로 녹색과 빨간색 사이에 주황색이 하나 더 있다. 주황색은 다들 알다시피 차도 사람도 움직이지 말라는 신호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차도 사람도 모두 움직인다. 사실 이탈리아의 보행자들은 신호등은 둘째치고 횡단보도조차 무시한다. 게다가 운전자들도 보행자를 보호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할까? 차들은 ‘이렇게 좁은 골목에서?’ 엄청난 속도로 잘도 달리고, 보행자들은 ‘저런 대로를 횡단보도도 아닌 곳으로?’ 잘도 건너 다닌다. 가끔은 길을 건너고 있는 사람을 보고는 가속으로 돌진해오는 열혈 운전자들도 있는데, 상당히 무섭다. 직접 경험하게 되면 다리가 얼어붙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기 바란다. 

샌프란시스코의 보행자들은 횡단보도의 신호를 비교적 잘 지킨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운전자들이 또 잘 양보해준다. 무리하게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는 보행자도 없고, 보행자에게 클락션을 울리는 운전자도 없다. 특별한 특징 없이 무난하게 잘들 지나다닌다고 할까? 하지만, 가끔 총기사고가 납니다. 물론 건널목에서는 아니겠지만…


노파심에 이야기하자면, 프랑스라도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는 보행자에게 돌진해오는 운전자는 있을 수도 있으니, 어디에서든 교통신호는 잘 지키는 게 좋을 것 같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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