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찬 일주일

먹는 동안 한 친구는 불금을 보내는 술자리의 안주를, 한 친구는 승진한 남편을 위해 준비한 저녁상을 찍어 보내왔다. 요리를 직접 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제법 그럴듯해 보였다. 직접 만들었으면 그만큼 근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마카롱을 다 먹고는 소파에 잠깐 기대어 누웠다.…

로봇청소기의 복수

어쨌든, 나는 패드에서 기존 펜슬의 블루투스 연결을 해제하고, 새 펜슬을 개봉해 연결했다. 깔끔하게 새 펜슬이 연결되었다. 그림을 그려봤다. 하지만,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심지어는 못 그리기까지 했다.

봄의 시작

대출대에서 건네받은 낡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고전은 내게 ‘당신, 너무 늦은 거 아니에요?’하고 빈정대는 것 같았지만, 나는 이미 이 책을 초등학교 때 읽었다. 그때쯤 코난 도일, 모리스 르블랑, 아가사 크리스티 외에도 가스통 르루, 엘러리 퀸 같은 주변 작가들의 작품까지 모조리 섭렵한…

일요일 오후는 늘 평화롭다

커피를 주문하고는 자리에 앉아 지금 막 사온 책을 꺼냈는데, 너무 얇아서 조금 실망해 버렸다. 물론 그 짧은 지면 안에서 엄청난 이야기들이 전개되었다가 불꽃처럼 마무리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물리적 한계라는 게 있으니까. 서울에서 출발했다면 경기도 광주 정도에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추운 겨울날

지난 주 날씨는 상대에게 ‘너 또 이러면 다시는 안 만날 거야!’ 하는 이야기를 들은 연애 초년병처럼 바짝 긴장한 듯했다. ‘이렇게 밍밍하게 운영할 거면, 올해부터는 아예 겨울을 없애버린다?!’ 실업자가 되기 싫은 겨울 담당자는 삼한사온 三寒四溫이라는 오래된 규칙을 다시 쓰겠다는 각오로 정말…

우주인, 레오 있나요?

솔직히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물어볼 수는 있는 거잖아? 혹시 구석에 잘 안 보이게 놓여있던 하나가 발견될 수도 있다. ‘다 팔렸.. 어머! 손님, 하나가 남았네요!’ 하고 말이다. 그런 건 누구도 알 수 없으니까.

시드니의 작은 서점

그때 즈음 꽤 유명했던 ‘Fifty Shades of Grey’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유명세에 따른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은 사람들은 한번 읽어보고 처분하시길’ 같은 서평이 달려 있었다.(그래도 난 사고 싶었음)

참기 힘든 일

사람들은 걸어서 30분 이내 거리에 원자로가 들어서거나, 확진자가 대중교통을 타고 거리를 활보하거나, 백인 경찰관이 비무장 흑인을 체포하다가 질식사에 이르게 하는 것은 잘 참아 내면서도, 가끔 살짝 땀 흘리며 한 빨래가 바짝 마르지 않는 것에 기분 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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