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의 크리스털 잉크 10종 중 애거트 Agate를 주문했다. 사실 잉크를 사려던 건 아니었고, 쿠팡에서 플스 5 예약판매를 한다고 해서 – 초치기로 구매가 종료되어 버리기 때문에 – 가장 빨리 결제가 가능한 방법을 테스트하기 위해 구매했었다.
쿠페이를 사용했는데 잉크는 엄청난 속도로 구매했고, 플스 5는 구매 버튼도 눌러보지 못하고 종료되고 말았다. 어쨌든, 내 사정과는 상관없이 쿠팡은 성실하게 잉크를 로켓 배송으로 보내왔고, 그 다음날 나는 택배를 받을 수 있었다. 그 박스는 작은 양배추 두 개는 들어갈 만한 크기였는데, 순간적으로 ‘내가 뭘 샀더라?’ 하고 고민할 정도였다.
박스를 열어 잉크를 꺼낸 후 – 딱히 그것을 사용해야 할 상황은 아니었으므로 – 책상 구석에 처박아 두고는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 주말에 책상 정리를 하는데, 갑자기 오래된 디카가 튀어나왔다. 나름대로 한때 잘 사용했던 RX1. 버릇대로 전기를 먹이고 잘 작동하는지 테스트해보려는데, 코로나 때문에 집구석에만 있다 보니 찍을 만한 게 없다. 앗, 그러고 보니…
제조사가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색깔별로 100세트만 만들어 전 세계에 한정 판매했던 잉크…는 물론 아니고, ‘잉크’로만 검색해도 상위에 검색되는 흔해빠진 제품이지만! 알게 뭐람. 어쨌든 가장 최근에 산 물건이고, 심지어 박스도 있으며, 최근 블로그도 만들었으니, 개봉기를 올려 본다.
내친김에 만년필 하나를 비우고 채워 넣어 슥슥 써봤다. 처음에는 너무 흐릿해서 갖다 버리려 했지만, 계속 써보니 나름대로 분위기 있다. 무조건 흰 종이에 사용해야 할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쿠팡의 구매 방식 및 오래된 디카의 작동 테스트에 가까워서 총평은 왠지 이렇게 해야 할 것만 같은데,
쿠팡의 쿠페이 결제: 엄청나게 빠름. 하지만, 몰리는 구매에는 역시 효과 없음
오래된 Sony R1: 여전히 잘 찍히지만, 다시 넣어둠
그렇게만 끝내긴 좀 아쉬우니까. 라미 T53 애거트는 F촉 이상에 사용해도 많이 번지지 않을 정도로 흐름이 적당하다는 것 하나만 더 추가해본다.(하지만, 위의 글씨는 EF촉으로 쓴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