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월간 윤종신 10월의 곡은 이승기의 ‘Slow Starter’입니다. 한번 쓱 들어보면 우선 꽤 다이내믹한 멜로디가 먼저 다가와요. 뭔가 다른 일을 하면서 BGM으로 들었다면 ‘두곡 정도가 지나간 것 같은데?’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5분 조금 못 미치는 긴 곡이기도 하고요. 굳이 작곡가를 찾아보지 않아도 윤종신의 곡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이곡은 2018년 월간 윤종신 1월호에 소개되었던 곡의 리메이크에요.
들으면서 ‘원래 음색이 이렇게 좋았나?’ 했죠. 다른 곡들보다 보컬이 조금 가늘게 들리는데, 덕분에 디테일이 좀 더 잘 들린다고 할까? 창법이 달라졌다기보다는 레코딩 에디터의 테크닉이 좀 좋았던 것 같아요. 덕분에 고음이 깨끗하게 들려 더 곡이 슬프게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가수니까 목소리가 좋고, 노래를 잘하는 건 당연한 거겠죠. 저는 윤종신이 직접 부른 곡들도 참 좋아했어요. 특히 ‘Behind The Smile’ 앨범의 곡들은 하루 종일 귀에 걸고 있을 수도 있다니까요?
그런데 언제부터 윤종신이나 이승기의 곡을 들으면 이상하게 몰입이 잘 안 되더라고요. 둘 다 예능을 오래 해서 말하는 목소리가 너무 익숙해졌거든요. 잘 부르지만, 왠지 친한 친구와 노래방 온 느낌이랄까? 친숙하고 친구 같은 이미지도 좋지만, 아무래도 저는 그들의 재능을 담벼락 건너로 익숙하지만 가본 적 없는 풍경을 만나듯 감상하고 싶은가 봅니다. 뭐 아닌 사람들도 많으니까 나 하나쯤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도 되겠죠?
그건 그렇고 윤종신도 그렇게 부르지 않았는데, 이승기는 왜 끝 음을 그렇게 꺾어 부를까요? 오디션 심사평에서 ‘습관’은 못 고친다는 말이 단골인 이유가 있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