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언제 닥칠지 몰라: 페인트칠

의도치 않게 태어나서 처음 페인트칠을 하게 됐다. 엘리베이터 공사를 마친 드라이한 건물의 내벽을 칠하는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었다. 이 글은 페인트칠에 대한 지식이 전혀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삼일 동안 그 일을 하고 본능적으로 깨우치게 된 내용을 담았으니 진지하게 참고하지는 말자.

준비물:

퍼티, 젯소, 수성페인트 흰색/검은색, 페인트롤러, 납작붓, 세붓, 페인트 트레이, 마스킹테이프, 비닐장갑, 마스크, 귀마개, 망치, 평끌(넓은 끌) 등

벽면에 먼저 젯소를 바른 후 서너 시간 있다가 페인트칠을 하면 좋다고 한다.(뭐가 좋은지는 모름)

페인트 전문매장에서 파는 페인트 트레이에는 홈이 있다.(다이소 것에는 없음) 페인트칠을 하다가 너무 더워 짜증이 나면 페인트를 과격하게 묻히게 되는데, 이 홈이 없으면 페인트가 자신에게 튀거나 트레이 밖으로 넘치게 된다.(페인트 맛을 보고 싶다면 다이소 것을 써도 됨) 페인트를 사면서

아저씨, 이거 하나 가져도 되죠?

했더니,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고맙다고 하고 들고 왔음.

칠을 할 부분의 벽, 바닥 혹은 모서리의 마감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 평끌을 사용해서 과감하게 직각 혹은 평면을 만들어 준다. 눈으로 보기에 마감이 엉성한 부분은 칠하기도 힘들고, 잘 칠한다 해도 깔끔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벽면의 홈, 구멍을 퍼티로 메워 매끄럽게 만들어 주면 페인트 칠하는 시간이 상당히 줄어들게 되니 참고.

이 이미지는 대체 속성이 비어있습니다. 그 파일 이름은 IMG_0236.jpg입니다

대충 벽면이 준비가 됐으면 먼저 마스팅 테이프를 페인트칠의 경계 바깥쪽으로 붙인다.(이렇게 한 문장으로 잘 설명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음)

마스킹 테이프는 지면과 수평으로 붙이는 게 중요한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테이프 끝과 눈의 높이를 같게 만들며 작업할 수 있다면 당신은 프로.(옷이 되게 더러워짐)

페인트 롤러는 페인트 전문점에서 숱이 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번 묻혀서 꽤 넓은 면을 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구멍을 페인트로 메우기도 편함. 마스킹테이프 위를 칠할 때는 롤러를 트레이에 벅벅 밀어서 페인트 양을 줄이는 것을 잊지 말도록!

안 그러면 수성水性의 특성과 중력의 영향으로 페인트가 테이프 안쪽으로 스며들게 된다. 테이프를 떼어낼 때 경악하고 싶지 않다면 페인트 조절은 필수다.

마스킹 부분은 아예 다이소의 싸구려 솜뭉치 돌돌이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애초에 페인트가 많이 묻지 않음)

큰 면과 마스킹 부분을 롤러로 모두 칠했다면 그 외 영역들을 붓으로 마무리한다. 이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특히 벽과 바닥의 경계 부분이 그렇다. 마스킹테이프가 잘 붙는 바닥이라면 그것을 활용하고, 그렇지 않다면 최대한 섬세하게 작업하라.(이 단계에서 전체적인 퀄리티의 차이가 발생함. 미대 졸업자라도 별 수 없음)

수성페인트는 생각보다 물로 잘 지워지니 걱정하지 말도록 하자. 문신이 아닙니다.


어쨌든, 마지막 조언을 더하자면, 인생에서 페인트칠은 피할 수 있는 한 피해 보기 바란다. 나는 앞으로 다시는 페인트칠을 하지 않을 것임.(결심) 하지만 만약 한번 더 기회가 온다면 엄청나게 잘 칠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기회라고 하니 뭔가 긍정적인 느낌이라 다른 단어로 대체하고 싶지만 떠오르지는 않음. 어쨌든 –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 절대로 내게 페인트칠 도움 요청할 생각 하지 말 것.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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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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