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에서 방구석 메탈 마니아까지, Live Wire

이런 소녀향의 메탈음악은 세상에 없을걸?

서태지의 Live Wire는 분명히 메탈이지만 분위기는 내내 마치 소녀가 좋아할 만한 밝은 팝 같다. 나긋나긋한 멜로디 라인, 코러스 때 보컬과 모든 악기가 합창하듯 똑같은 음을 찍어대는 분위기나 뒤쪽의 소녀팬들의 환호성까지… 히지만 이 곡의 드럼, 기타, 베이스 모두 엄청난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속주의 연속이다. 특히 브리지의 합주는 정통 트래쉬 메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그런 이유로 소녀에게도, 청년에게도, 아저씨에게도, 메탈 마니아들에게도 열손가락 안에 손꼽을 수 있는 인생곡이 될 수 있는 거다. 

특히 코러스의 ‘이젠 설렌 마음이…’ 부분과 오버랩되는 기타 리프는 몸속의 아드레날린을 일시에 폭파시킨다. 이 기타 리프의 공기압이라면 내 고막을 기꺼이 내어줄 수 있을 것만 같다. 누구라도 ‘내 고막이 찢어져야 한다면 단연코 이 기타 리프에 당하고 말테야.’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거라고 감히 생각한다. 

서태지의 블라디보스톡 공연 중 ‘Live Wire’

풀 볼륨으로 흰색 색종이가 날리는 2004년의 Live Wire 공연 유튜브를 보고 있으니 작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검정치마 무대가 오버랩되며 마치 그 자리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올해 못 갔던 게 너무 아쉽다는 생각. 

이런 음악의 공연은 뮤지컬이나 클래식 혹은 발라드 공연과는 확연이 다르다. 쾌락의 메커니즘이 음악감상실보다는 스피닝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끝날 때가 되면 온몸은 땀에 젖고, 옷매무새는 흐트러지고, 힘들어 쓰러질 것 같고,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찝찝하고 괴롭다. 물론 공연 자체도 깔끔했던 내가 고통스러운 매무새로 변해가는 과정일 테니 육체적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죄 많은 상황 속에서 나의 영혼은 음악으로 구원받게 된다는 거죠. 

어쨌든 해탈의 유사경험을 원하시는 분들께는 살짝 락공연을 추천해 봅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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