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찾아 삼백년, ‘패신저스’

‘다양한 경험은 글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최근에「패신저스」라는, 주인공들이 동면 상태로 식민 위성까지 가는 도중 사고로 깨어나는 바람에 생기는 사건을 다룬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의 주인공인 오로라는 새내기 작가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왕복 300년이 걸리는 역사상 최대의 우주 이주 여행에 참여한다. 그녀가 이런 거대한 우주여행에 참여하게 된 동기가 특이한데, 아버지(극 중 유명한 작가)를 능가하는 문학작품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아버지가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건 풍부한 경험 때문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왕복 300년이 걸리는 이주 여행이라니! 인생을 무계획으로 사는 나 같은 사람은 일주일 후의 저녁 약속도 버거운데 말이다. 힘들게 다녀왔는데 막상 펜을 들었을 때 별로 떠오르는 것이 없다면 어쩌나. 하지만, 다행히 그들은 여행 중간에 깨어나는 바람에 세기를 건넌 불행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물론 다녀오니 화제가 넘쳐 조선의 누군가가「완월회맹연」을 쓸 때처럼 미친 듯이 수십 권을 써 내려갔을 수도 있긴 하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이 꽤 있는데, 헤밍웨이도 그런 작가 중 하나다. 그가 1차 대전을 경험하지 못했더라면 우리는「무기여 잘 있거라」나「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 같은 작품을 만날 수 없었을 테고, 노년에 쿠바를 들락날락 거리며 그곳 어부와 친해지지 못했다면「노인과 바다」도 세상에 선보이지 못했을 거다.

그렇다면 나는 여행도 좋아하지 않고 집에 콕 박혀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이었다면 상당히 궁핍하게 살아갔을 것만 같다. 그렇다고 지금 딱히 배부르게 먹고사는 직업도 아니다.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자동판매기에서 음료수를 꺼내듯, 42.195km 장거리 마라톤을 달리듯, 꾸준하게 작품을 내는 작가도 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은 범죄와 살인이 난무하는 미스터리물인데, 작품 활동을 위해 그런 무시무시한 경험들을 매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아마 그러진 않겠지? 어쨌든 계절마다 – 옷장에서 새 옷을 꺼내듯 – 새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니 타자수만큼은 어느 작가보다도 빠를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타자수는 800타가 넘는데 말이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면, 이 영화는 SF의 탈을 쓴 연애물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 중에서는 가장 많은 키스신과 배드신을 자랑한다. 하긴 우주에서 단 둘만 깨어났는데 그게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랫이라면 당연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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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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