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과 샤일록

샤일록이 누군지 알죠?

베니스의 상인 The Merchant of Venice 에서 피가 흐르지 않게 일파운드의 살을 베어가라는 판결에 망연자실했던 고리대금업자. 나는 초등학교 때 그 책을 읽었지만, 지금은 그 사건과 ‘샤일록’이라는 이름만 기억날 뿐이다. 그래도, 내 대답은

‘응. 알지.’

세세한 기억은 없지만 모르는 건 아니니까. 누가 뭐래도 나는 그 책을 읽은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샤일록이 누군지 모른다는 거 알아요?’

그렇다고 한다.

‘얼마 전에 친구들하고 이야기하다가 사람들이 ‘샤일록’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한 애가 나한테 그럼 주인공의 이름은 뭐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건 나도 모른다. 그 소설 속에서 주인공의 이름이 언급된 적이 있었나?(사실 희극이기 때문에 맨 앞에 등장인물 설명이 있음) 내게 주인공의 이름을 물었다면 베니스의 상인을 읽었다는 것조차 납득시키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도 주인공은 몰랐어서 꽤 난처했지 뭐예요?’

나는 마치 알고 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빵을 훔쳤다고 심장 주변 살을 베어간다는 스토리부터가 참 황당하잖아.’

‘…..’

잠깐의 침묵 후에 그녀가 말했다. 

‘그건 장 발장이잖아요.’

‘… 그럼 안토니오는 왜 법정에 선 거지?’

갑자기 기적같이 주인공 이름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는 이야기.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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